“A매치 대표팀 코치로서는 90점, 올림픽 대표팀 감독으로서는 80점을 주겠다.”
후한 점수다. 지난 1년간 슈틸리케호 A매치 대표팀과 올림픽 대표팀(23세 이하)에서 ‘두 집 살림’을 한 신태용(45) 감독이 스스로에게 부여한 점수다. 절대평가로 따지면 코치로서는 ‘수’, 감독으로서는 ‘우’를 준 것이니 모범 코치, 우등 감독이라고 자평한 셈이다.
연말연시를 맞아 자신에게 덕담을 던진 것 일까. 올 한 해 결과만 놓고 보면 신 감독이 쓴 성적표에 반박하기 어렵다. 그만큼 A매치 대표팀과 올림픽 대표팀은 주목할 만한 성과를 냈기 때문이다. 23일 울산미포구장에서 만난 신 감독은 “A매치 대표팀에서는 1월 호주에서 열린 아시안컵 준우승과 8월 중국에서 개최된 동아시안컵 우승이라는 성적을 냈다. 나름대로 울리 슈틸리케 감독도 잘 보좌한 결과라고 생각한다”며 90점을 매긴 배경을 설명했다. 올림픽 대표팀에 대해서도 “아직 나아가는 과정에 있지만 호주와의 평가전, 4개국 친선경기 등 모의고사를 잘 치러왔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양팀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하는 것도 신 감독의 몫이었다. 신 감독은 “A매치 대표팀 코치만 할 때는 20~22세 선수들에 대해 잘 몰랐다”면서 “이제는 머리 속에 100~120명 정도의 젊은 선수들이 들어차 있다”고 설명했다. 올 해 K리그뿐만 아니라 슈틸리케호와 신태용호에서 맹활약한 권창훈(21ㆍ수원 삼성)의 발견 역시 양팀이 유기적인 관계를 구축한 결과다.
두 개의 대표팀에 다리를 걸쳐놓은 신 감독의 이력은 한국 남자축구에서도 이색적인 경력이다. 2006~07년 네덜란드 출신의 핌 베어벡(59) 감독이 두 팀의 사령탑을 맡은 적이 있지만, 코치와 감독 자리를 오가며 대표팀을 진두 지휘한 것은 신 감독이 처음이다. ‘감치(감독+코치)’라는 난데없는 호칭이 붙은 것도 이 때문이다.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랐겠지만 그만큼 배운 게 많았다는 것이 신 감독의 설명이다. 그는 “양팀을 오가면서 선수들을 보는 눈도 키웠고, 축구에 대한 견문도 넓어졌다. 한 해 동안 많이 성장한 것을 느낀다”고 말했다. 일찍이 프로축구 성남 일화 감독으로 FA컵 우승, 아시아 챔피언스리그(ACL) 우승을 경험했지만 태극전사들을 이끌며 그 스스로도 경험치를 늘렸다. 신 감독의 성장은 한국 축구의 상승세와 궤를 같이 하기도 했다. 신 감독은 “2014년 브라질월드컵을 기점으로 대표팀은 다소 내리막길을 걸었지만 올해 1월 아시안컵이 재도약의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2015년은 나름 만족스러운 한 해였지만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준비로 신 감독의 머릿속은 복잡하다. 당장 내년 1월14일부터 리우올림픽 최종 예선을 겸하는 아시아축구연맹(AFC) U-23(23세 이하) 챔피언십 조별리그와 토너먼트를 치러야 한다. 종종 한국 축구의 발목을 잡았던 중동 지역 카타르에서 대회가 열리는 데다가, 기존 홈 앤드 어웨이 방식에서 토너먼트 방식으로 예선 방식이 바뀌면서 긴장의 강도가 더욱 세졌다. 신 감독은 “기존 방식이라면 올림픽 본선 진출 확률을 80% 정도인데, 솔직히 지금은 50대 50”이라고 전망했다. 26일에는 카타르 원정에 나설 최종명단 23인을 발표한다. 제주와 울산 전지훈련을 통해 선별한 정예 멤버들이 신태용호에 승선할 예정이다.
그러면서도 신 감독은 특유의 자신감을 내세우며 “어쨌든 2012 런던올림픽의 메달 신화를 리우에서 다시 쓰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2016년 축구 대표팀의 첫 승전보는 우리가 띄울 것”이라며 각오를 다졌다.
울산=이현주기자 memory@hankooki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