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도 동네 이발소가 있다. 입구에 들어서면 이발사의 ‘How are you doing?’이란 인사를 들을 수 있고, 의자에 앉아 기다리다 이발사가 부르면 거울 앞에 앉으면 된다.
그러고 나면 이발사는 ‘How do you want your done?(머리를 어떻게 깎아 드릴까요?)’ 이라고 묻는다. 서로 아는 사이라면 ‘Just as usual’ 로 말하면 된다. ‘Swept over the top, with the back short enough to show off the ears’처럼 자기 취향을 말해도 된다.
그런데 한 번은 한국인 유학생이 이발사가 말을 건네자 ‘Fine, thank you and you?’ 라고 답했다. 이발사가 건넨 말은 ‘How are we doing today?(오늘은 어떻게 할까요?)’이었는데 ‘How are you doing?’ 으로 잘못 알아 들은 것이다. 질문 속 we와 you의 모음 발음을 잘 구분하지 못한 탓이다.
고(故) 김영삼 대통령과 빌 클린턴 미국 전 대통령이 과거에 주고 받은 대화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다. 클린턴 대통령을 만나기 전에 몇 가지 기초 발음을 익힌 김 대통령은 ‘How are you?’ 라는 인사를 비서관으로부터 배웠는데, 발음이 시원치 않아 ‘Who are you?’ 라고 질문을 한 모양이다. 이에 클린턴이 ‘I’m Hilary’s husband’라고 하자 김 대통령은 ‘Me, too’라고 답했다. 김 대통령의 황당한 응답을 번역하면 ‘나도 힐러리의 남편’ 이라는 뜻이 되는 데, 유머치고는 씁쓸한 일화다. ‘How are you?’의 발음과 ‘Who are you?’ 발음 혼동으로 벌어진 일로, 매우 기초적인 단어의 엉뚱한 발음이 빚은 촌극이다.
앞서 언급한 이발소 질문이 쓰이는 곳이 또 있다. 고객 만족도 조사에도 ‘How are we doing?’이란 문장이 자주 쓰이는데 이는 ‘우리가 어떻게 하고 있나요?’ 란 겸손한 표현의 질문이기도 하다. 이 질문 뒤엔 보통 ‘Strongly Disagree’ ‘Somewhat Disagree’ ‘Neither Agree nor Disagree’ ‘Somewhat Agree’ ‘Strongly Agree’ 식의 단계별 선택이 주어진다. 이 질문은 ‘Tell us how we’re doing’ ‘Let us know how we are doing’ 혹은 ‘Take our survey’와 같은 뜻이다.
그런데, ‘How are we doing?’은 고객 설문 조사에 쓰이기도 하지만, 일의 상태나 진척도를 물을 때도 사용된다. ‘How are we doing down in Jejudo?’라고 물으면 제주도에서의 실적이나 업무 상태를 점검하는 질문이 된다. 교사가 학생에게 ‘How are things?’ 혹은 ‘How are we doing?’이라고 하면 ‘공부는 잘 되고 있느냐?’고 묻는 것이다. 직장 상사가 다가와서 같은 말을 하면 업무 진행이나 상태를 묻는 뜻이 된다. 이 질문에는 ‘We’re doing it wrong’ 혹은 ‘Doing fine so far’라고 답하면 된다.
By the way, Merry Christmas, readers! Wish you all the b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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