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년간 220여종 제품 개발 산증인
PC 보급 후 매출 떨어져 회사 위기
1~3만원대 고급볼펜 내놔 대히트
지난해 흑자 전환… 中에 직영매장
“고급 한정판 전략 젊은층에 통해”
올해로 창립 51년된 모나미는 국내 필기구 산업을 대표하는 기업이다. 하지만 컴퓨터와 스마트폰의 대두로 필기구 사용이 줄면서 적자에 허덕였다. 그렇게 위기에 몰렸던 모나미가 지난해 흑자 전환하며 기사회생했고 올해 연간 영업이익 120억원을 바라보며 다시 부활의 날개짓을 하고 있다.
모나미가 다시 살아 날 수 있었던 비결은 제품의 프리미엄화를 추구해 한정판으로 내놓은 고급 볼펜이었다. 모나미는 2013년 창립 50주년을 맞아 개발한 개당 2만원짜리 한정판 볼펜 ‘모나미 리미티드’를 지난해 1월에 출시했는데 불과 이틀 만에 모두 팔려 나갔다. 이어 지난해 5월 출시된 ‘153 아이디’(1만5,000원), 12월에 나온 ‘153 리스펙트’(3만5,000원) 이어 올해 7월 선보인 ‘153 네오’ (1만원) 등도 품귀현상까지 빚을 만큼 인기를 끌었다.
모나미 부활의 견인차 역할을 한 고급 볼펜을 개발한 주인공은 모나미에서 35년간 일하며 220여종의 신제품을 개발한 강성초(60) 연구소장이다. 23일 경기 용인의 모나미 본사 연구실에서 만난 그는 “볼펜을 패션 액세서리처럼 고급스럽게 만들면 디지털 시대에도 젊은 층들의 수요를 이끌어 낼 것으로 봤다”며 “여기에 판매 수량을 제한한 한정판 전략이 주효해 대박이 났다”고 말했다.
모나미는 1963년에 대표상품인 흰색 육각 기둥 모양의 ‘모나미 153’ 볼펜을 출시하며 국내 문구시장을 이끌었다. 그러다가 컴퓨터(PC)가 널리 보급되면서 볼펜 매출이 줄어들 자 모나미는 2004년 프린터 업체로 유명한 휴렛팩커드(HP)와 손잡고 프린터 및 카트리지 국내 수입 총판 사업을 했다.
하지만 모나미는 2012년 HP측에서 수수료 인상을 요구하는 바람에 프린터 관련 사업을 정리했다. 강 소장은 “당장 HP 관련 매출을 대신할 카드가 없어서 힘들었다”며 “HP와 계약을 끝낸 다음해인 2013년 매출이 전년대비 36% 감소한 1,676억원으로 떨어졌고 11억8,000만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해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았다”고 설명했다.
다행히 고급 볼펜이 해외에서도 성공하며 모나미를 살렸다. 강 소장은 “지난해부터 중국에 직영 매장을 낸 뒤 분기당 7,8억원이었던 중국 매출이 1분기부터 2배 이상 늘었다”고 말했다.
강 소장은 모나미 고급 볼펜을 더 많은 국가로 내보내는 것이 올해 목표다. 그는 “전세계모든 사람들이 모나미 펜을 쓰는 그날까지 신제품을 계속 개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글ㆍ사진=허재경기자 rick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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