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업적 의료광고도 헌법상 ‘표현의 자유’ 보호 대상이라 사전 심의를 해선 안 된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헌재는 23일 사전 심의를 받지 않은 의료광고를 금지한 의료법(56조 2항 9호)에 대해 재판관 8 대 1 의견으로 위헌 결정했다. ‘신문ㆍ잡지 등 정기간행물과 현수막, 전단 등 옥외광고물, 전광판 등에 해당되는 매체로 광고하려면 미리 광고 내용과 방법 등에 대해 보건복지부 장관의 심의를 받아야 한다’는 규정이다. 위반하면 1년 이하 징역이나 500만원 이하 벌금형인데, 헌재는 금지 규정이 헌법에 반하니 처벌 조항도 위헌이라고 밝혔다. 방송법(2조 1항)에 정의된 텔레비전ㆍ라디오 방송 등에선 아예 의료광고가 금지돼 있다.
의사 황모씨 등은 2013년 ‘최신 요실금 수술법, 비용 저렴’ 등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자신의 의원 앞에 내 걸면서 복지부 장관의 심의를 받지 않고 의료광고를 냈다가 의료법 위반으로 약식명령을 받았다. 이들은 이에 불복해 정식 재판을 청구하면서 사전 심의 규정 법 조항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을 했으나 기각되자 올 2월 헌법소원을 냈다.
헌재는 “상업적 성격의 의료 광고라도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 보호대상이 된다”고 판단했다. 표현의 자유는 바로 언론ㆍ출판의 자유이고, 의사 표현의 수단인 광고물도 이에 해당하니 의료광고 역시 보호 대상이라는 것이다. 헌재는 “현행 헌법상 사전 검열은 예외 없이 금지되는 것으로 봐야 한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 헌재는 의료광고 심의 주체와 과정을 볼 때 사전 심의는 사전 검열로 봐야 한다고 여겼다. 사전 심의 대상인 의료광고는 민간심의기구인 각 의사협회가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위탁 받아 심사하고 있다. 헌재는 이에 대해 “실질적으로 행정권이 개입하고 있거나 자의적으로 개입할 가능성이 있다면, 이는 헌법이 금지하는 행정기관에 의한 사전 검열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조용호 재판관은 “의료 소비자 보호를 위해서는 의료광고에 대한 합리적인 규제가 필요하다”며 “입법자가 국민의 건강권을 최대한 보장하려 사전심의 절차를 법률로 규정했다면 사전검열금지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다”며 반대 의견을 냈다.
이날 결정에 대해 헌재 관계자는 “민간심의기구가 독립적으로 심의하는 것까지 헌법에 반한다는 취지는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번 결정과 상관없이, 신문 등에 의견 형태로 치료 효과를 과장하거나 중요 의학 정보를 빠뜨리는 의료광고나 근거 없는 내용을 포함하는 광고 등은 계속해 의료법상 금지되며 위반 시 처벌 받는다.
손현성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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