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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의 길 위의 이야기] 나의 19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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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의 길 위의 이야기] 나의 1988

입력
2015.12.2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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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응팔’이 대세인 모양이다. 응답하라 1988. 1971년생들 얘기라니까 딱 내 또래다. 드라마를 제대로 본 적은 없다. 밥을 먹다가 재방송을 잠깐 일별한 게 전부다. 당시 옷차림이나 집 구조, 유행하던 노래와 컵라면 따위가 눈귀를 스쳤다. 사춘기 때였지만, 의외로 무심하고 소심하고 무력했던 기억만 난다. 또래들이 좋아하는 일에 별 관심도 없었다. ‘람보’ 같은 영화를 개봉관에서 줄 서서들 볼 때에도 변두리 소극장 같은 데나 혼자 드나들었다. 만화방과 서점, 뒷골목에서 짝다리 짚고 담배 피우던 장면 등이 돌연 선하다. 2교시만 지나면 미리 까먹던 도시락 맛도. 친구들 따라 들어간 당구장에서 당구는 안 치고 야쿠르트만 쪽쪽 빨아 먹으며 만화책을 뒤적이던 때도 있었군. 돌이켜보니 한심하고 무료한 시절이었던 것 같다. 가끔 여자아이들 꼬시러 다니기도 했는데, 막상 마주앉으면 책에서 읽은 이상한 소리나 지껄이며 똥폼만 잡다 말았다. 같은 반 친구에게 편지 쓰는 걸 즐겼던 것 같다. 잦은 전학 탓이었을 거다. 친구가 필요했으나, 정작 누가 친근하게 굴면 빚 돌려받은 매정한 빚쟁이처럼 굴었던 것 같다. 올림픽이 열렸을 때, 대한건아들의 선전에 환호했던가. 잘 기억나지 않는다. 머리를 기르고 싶었으나 학생주임의 바리캉에 늘 굴복했던 게 지금도 억울하긴 하다. 그랬었다. 응답 안 해도 된다. 나의 1988.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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