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라얀과 번스타인 이후 현존하는 세계 최고 지휘자 중 한 명인 리카르도 무티, 미니멀리즘의 대가인 작곡가 필립 글래스 등 세기의 음악가들이 2016년 한국을 찾는다. 아이돌을 제치며 올해 클래식 붐을 이끈 피아니스트 조성진과 또 한 명의 ‘쇼팽의 남자’ 임동혁의 무대도 이어진다. 클래식음악 전문가 10인이 어느 해보다 풍성할 내년 클래식 공연 중 주목해야 할 공연을 선정했다.
가장 중요한 공연 3개를 뽑아 1순위에 3배, 2순위에 2배 가중치를 둬 계산한 결과 라트비아 공화국 출신의 거장 마리스 얀손스가 이끄는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 연주회가 1위(10표ㆍ12월 4일)로 꼽혔다. 이영진 음악칼럼니스트는 “마리스 얀손스는 현재 활동 중인 지휘자 중 실력과 음악성과 인품, 모든 면에서 최고의 마에스트로로 추앙받는 명지휘자이고 그가 이끄는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은 독일의 명문 악단 중 베를린 필하모닉 못잖은 정교한 합주력을 자랑한다”며 “말러 교향곡 4번과 R 슈트라우스 알프스 교향곡 등 해외 악단들이 자주 연주하지 않은 대작들을 연주해 오케스트라 음악 팬이라면 필히 관람해야할 2016 클래식 공연계의 화두”라고 평했다.
공동 2위를 차지한 연주회는 소프라노 안나 네트렙코(8표ㆍ3월 12일)와 헤르베르트 블롬슈테트가 지휘하는 밤베르크 교향악단(10월 26일)의 첫 내한공연이다. 빼어난 연기와 가창력, 미모로 미국 타임지가 뽑은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선정되기도 했던 러시아 출신의 안나 네트렙코는 테너 유시프 이바조프와 함께 푸치니 오페라 ‘라보엠’, ‘잔니 스키키’ 등의 주요 아리아를 부른다. 최은규 음악칼럼니스트는 “최근 더욱 깊고 풍부한 음성으로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이 시대 최고 소프라노의 첫 내한 공연”이라고 소개했다. 브루크너 스페셜리스트인 헤르베르트 블롬슈테트는 베토벤 교향곡 5, 6번, 슈베르트 교향곡 8번, 브루크너 교향곡 7번 등 굵직한 곡들을 들려준다. 황장원 음악칼럼니스트는 “독일의 토속적인 색채를 잘 간직한 악단과 전설적인 노장의 오랜 파트너십이 깊고 큰 울림으로 다가올 것이라 기대한다”고 선정 이유를 꼽았다.
4위는 리카르도 무티가 지휘하는 시카고 심포니 연주회(7표ㆍ1월 28~29일)다. 시카고 심포니는 영국 음악 전문지 ‘그라모폰’이 2008년 선정한 ‘세계 톱5 오케스트라’에 이름을 올린 미국 최강의 오케스트라로 2010년 무티가 음악감독을 맡아 최고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재작년 시카고 심포니의 첫 내한공연에 무티가 지휘를 하기로 했지만, 건강상의 이유로 무대에 오르지 못해 아쉬움을 남긴 바 있다. 무티-시카고 조합의 ‘완전체’로 선보이는 이번 공연은 베토벤 교향곡 5번, 말러 교향곡 1번, 프로코피예프 교향곡 1번, 차이콥스키 교향곡 4번을 이틀에 걸쳐 연주한다. 이상민 워너뮤직코리아 클래식 홍보부장은 “‘클래식은 오케스트라 연주’라고 생각하는 관객이라면 이 공연이 최고”라며 “거장 무티가 베토벤과 말러를 연주한다면 결코 놓칠 수 없다”고 소개했다.
5위는 “번스타인 이후 가장 흥미로운 음악 선생님”(뉴욕타임스)으로 불리는 마이클 틸슨 토머스가 지휘하는 샌프란시스코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첫 내한공연(5표ㆍ11월 10일)이다. 뛰어난 연주력뿐만 아니라 클래식과 대중 거리를 좁히는 다양한 시도를 하는 이 악단은 말러 교향곡 1번을 연주하고, 임동혁이 쇼팽 피아노협주곡 2번도 협연한다. 박제성 음악칼럼니스트는 “미국 오케스트라 중 시카고 심포니와 자웅을 겨루는 최고의 실력을 확인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이밖에 피아니스트 안드라스 시프 연주회(10월23일),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출연하는 쇼팽 콩쿠르 수상자 갈라콘서트(2월 2일), 마사아키 스즈키가 지휘하는 바흐 콜레기움 재팬 음악회(3월 26일)가 각 3표를 얻었다.
1표씩 투표한 장르별 추천 연주회로는 협연 부문에 ‘704회 KBS정기연주회- 퍼커셔니스트 이블린 글레니 협연’(3표ㆍ3월 25일)이 1위로 꼽혔다. 소리의 진동을 통해 연주하는 청각장애 퍼커셔니스트 이블린 글레니는 국내에도 수많은 팬을 갖고 있다. 송주호 음악칼럼니스트는 “타악기는 무대의 맨 뒤에서 효과음을 만드는 악기라는 인식이 있지만 이 공연에서 세계 정상의 연주자가 관현악단 앞으로 나와 음악을 이끌어간다. 타악기 협주곡 연주는 흔치 않다는 것도 주목해야할 이유”라고 소개했다. 주목할 실내악 공연은 통영국제음악제에서 선보일 카잘스콰르텟 연주회(4표ㆍ3월 30일)가 꼽혔다. 독주 부문은 21세기 3대 여성 바이올리니스트로 불리는 율리아 피셔의 리사이틀(5표ㆍ10월 21일)이 꼽혔다.
도움주신 분들
김문경 박제성 송주호 송현민 장일범 이영진 최은규 황장원(이상 음악칼럼니스트) 이상민(워너뮤직코리아 클래식부장) 박용완 (국립극장 홍보팀장)
이윤주기자 misslee@hankookilbo.com
박규희 인턴기자 (성신여대 국어국문과 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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