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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1988년 덕선이 형광펜 칠한 남자, 변진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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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1988년 덕선이 형광펜 칠한 남자, 변진섭

입력
2015.12.2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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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8년 만에 새 앨범 '타임리스'를 낸 변진섭은 "tvN '응답하라 1988'을 가족들과 함께 본다"며 "드라마에 내 이름과 노래가 나와 둘째 아들이 '저 사람 아빠 맞냐?' 고 신기해한다"고 웃었다. 배우한 기자 bwh3140@hankookilbo.com
그림 1 8년 만에 새 앨범 '타임리스'를 낸 변진섭은 "tvN '응답하라 1988'을 가족들과 함께 본다"며 "드라마에 내 이름과 노래가 나와 둘째 아들이 '저 사람 아빠 맞냐?' 고 신기해한다"고 웃었다. 배우한 기자 bwh3140@hankookilbo.com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 에서 덕선(혜리)은 선우(고경표)의 독서실 책상에 변진섭 데뷔 앨범 카세트 테이프를 몰래 올려 둔다. 카세트 테이프 뒷면 ‘네게 줄 수 있는 건 오직 사랑 뿐’이란 곡명에 분홍색 형광펜으로 색을 칠해 짝사랑의 마음을 전한 것이다. 지난 21일 서울 마포구에 있는 개인 스튜디오에서 만난 가수 변진섭(48)은 “‘네게…’는 타이틀곡도 아닌데 팬들이 많이 좋아해준 곡”이라며 “노래 제목을 활용해 ‘오빠에게 줄 수 있는 건 오직 사랑뿐’이라고 쓴 팬레터를 정말 많이 받았다”며 웃었다.

변진섭에게 1988~1989년은 특별한 해였다. ‘홀로 된다는 것’을 시작으로 ‘너무 늦었잖아요’ ‘새들처럼’ ‘너에게로 또 다시’ ‘로라’ ‘우리의 사랑이 필요한 거죠’ 그리고 ‘희망사항’을 연달아 히트시키며 큰 사랑을 받았다. ‘응답하라 1988’ 에서 덕선의 친구인 왕자현(이세영)이 변진섭과 이름점을 보며 그에 대한 애정을 표하는 것처럼, 소녀 팬들과 얽힌 추억도 많다. 서울 독산동에 있는 집엔 매일 30~40명의 팬들이 몰렸고, 밤새 변진섭을 기다리는 팬들이 안타까워 그의 어머니는 동네 여관을 장기 계약해 지방 팬들을 재우곤 했다. 변진섭은 “집 건너 편에 대림여중이 있었는데 학생들이 집에서 나가는 날 보기 위해 학교 2층 창문을 열고 소란을 벌여, 사고가 난 적이 있다”며 “결국 교감 선생님이 찾아와 어머니께 면학분위기를 해친다고 해 다른 동네로 이사를 갔다”는 얘기도 들려줬다.

추억을 거슬러 변진섭이 12집 ‘타임리스’란 새 앨범을 들고 돌아왔다. 어쿠스틱 기타와 현악의 연주가 서정적인 ‘하루하루’를 비롯해 4개의 신곡과 ‘홀로 된다는 것’ 등 히트곡을 다시 녹음해 엮은 종합선물세트다. 8년 만에 낸 정규 앨범에서 변진섭이 가장 신경 쓴 건 곡의 트렌디함보다 담백하게 노래를 부르는 일이다. ‘발라드왕자’가 27년 동안 품고 산 발라드 철학은 “오버하지 말자”다. “꾸미지 않고 정직하게 불러야 곡이 세월을 타지 않는다고 믿기 때문”이다.

변진섭은 1980년대 후반 자신의 인기를 ‘기적’ 이라 불렀다. 고3 때인 1985년, MBC 라디오 PD 겸 DJ였던 고(故) 이종환이 서울 명동에서 운영하던 음악감상실 쉘부르에서 통기타를 치며 노래할 때도 그는 그저 인디가수를 꿈꿨다. 변진섭은 “이종환 선생님이 날 예뻐해 주시긴 했는데 첫 앨범을 듣고 상업적인 기대는 하지 말라고 하셨다”며 “나도 가수를 오래할 수 있을 거란 꿈은 꾸지 못해 데뷔 앨범도 1집이 아닌 독집으로 낸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서일까. 데뷔 앨범 ‘홀로 된다는 것’을 내고 2~3달 만에 스타가 된 변진섭은 1990년 낸 3집 이후 인기가 떨어졌을 때도 “한 번도 우울증에 시달린 적이 없다”고 했다. “스타를 꿈꾸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음악프로그램에서 1위했을 때 한 번도 울지 않았고요.”

1980년대 후반 가요의 르네상스를 거친 변진섭은 이선희, 김완선과 특히 친했다. 1991년 신해철과 자신의 곡을 반씩 섞은 컴필레이션 음반을 낸 변진섭은 “(신)해철이와 총각 시절 스키장에도 다닐 정도로 친한 형 동생 사이였다”며 “지난해 갑자기 세상을 떠나 얼마나 마음이 아팠는지 모른다”고 안타까워했다.

변집섭은 고등학교 때 꿈꿨던 소극장 무대의 즐거움을 지난 10월 일본 공연에서 맛봤다. 데뷔 30년을 앞둔 그의 소박한 바람은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꾸준히 관객과 만나는 일이다. 26일 부산을 시작으로 내년 3월까지 전국 투어 공연을 예정하고 있는 그는 “요즘엔 세대끼리 듣는 음악이 다르다며 편을 가르는데 100년 차이 나는 것도 아니고 이해가 안 간다. 나이를 떠나 누구나 편하게 즐길 수 있는 노래를 계속 부르고 싶다”고 말했다.

양승준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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