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받으려면…” vs “그 영화가 그 영화”
650만명 관객을 돌파한 영화 ‘내부자들’의 출연 배우 이경영과 배성우, 김의성은 올 한 해 가장 자주 눈에 띈 배우들이다. 이들은 각각 영화 ‘암살’(이경영 김의성)과 ‘베테랑’(배성우)에 출연해 1,000만 배우가 됐고, 7~9편의 영화에 나오며 ‘다작 배우’라는 타이틀을 달았다. 이경영은 ‘내부자들’과 ‘암살’을 비롯해 ‘조선마술사’ ‘서부전선’ ‘치외법권’ ‘소수의견’ ‘뷰티 인사이드’ 등 총 9편에 출연했고, 배성우 역시 ‘내부자들’ ‘베테랑’을 포함해 ‘열정 같은 소리 하고 있네’ ‘더 폰’ ‘특종: 량첸살인기’ ‘뷰티 인사이드’ ‘오피스’ 등 8편에 얼굴을 내밀었다. 김의성도 ‘내부자들’ 암살’에 이어 ‘검은 사제들’ ‘특종: 량첸살인기’ ‘소수의견’ 등 총 7편에 주조연으로 출연했다.
올해 이처럼 한 배우가 여러 작품에 출연하는 ‘배우 돌려막기’ 현상이 심각했다. 관객 입장에서는 여기저기서 등장하는 낯익은 얼굴에 영화 몰입이 쉽지 않을 정도다. 우연은 아니다. 흥행에 도움이 되는 소수 배우들에 출연 제의가 몰리는 탓이다. 영화계 안팎에서는 “영화 제작 기준이 작품성이 아닌 배우가 된 지 오래”라고 입을 모은다.
특히 올해는 스릴러 장르가 유행하면서 이에 특화된 배우들이 대거 캐스팅됐다. 유해진과 배성우, 손현주 등이 그렇다. 유해진은 ‘그 놈이다’ ‘베테랑’ ‘극비수사’ ‘소수의견’ 등 총 4개의 작품에 출연했고, SBS 드라마 ‘쓰리 데이즈’와 ‘추적자’ 등이 성공하면서 ‘스릴러 흥행불패 배우’로 올라선 손현주도 납치, 살인 등의 스릴러 영화 ‘악의 연대기’와 ‘더 폰’으로 연속해 관객을 찾았다. 그러나 이들 영화가 비슷한 설정에다 배우들의 변신이 크지 않아 “그 영화가 그 영화”라는 혹평도 잇따랐다.
내년에도 배우 쏠림 현상은 계속될 전망이다. 배성우는 영화 ‘나를 잊지 말아요’ ‘엽기적인 두 번째 그녀’ 등 내년 개봉 예정 영화가 이미 세 편이다. 한국영화 최초로 구마의식을 보여준 영화 ‘검은 사제들’로 540만 관객 몰이를 한 강동원도 내년 ‘검사외전’ 등 세 편의 영화를 준비 중이다.
한 영화제작사 관계자는 “유명 배우나 한 장르에 특화된 배우를 내세우지 않고서는 투자를 받을 수 없는 구조라서 현재로선 다양성 영화 등이 제작되는 건 상상도 못할 일”이라고 토로했다. 영화 ‘대호’의 박훈정 감독은 “어떤 영화 투자사는 처음부터 최민식 급의 배우가 아니면 영화를 제작할 수 없다고 못을 박기도 했다”며 배우 인프라가 약한 현실을 꼬집었다.
강은영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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