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2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주재 한국 특파원단을 예고 없이 찾아 최근의 방북설과 유엔 총장으로서의 활동 등에 대해 얘기했다.
반 총장은 이날 오준 유엔 주재 한국대사와 특파원단의 송년회장에 부인 유순택 여사와 함께 방문했다고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그는 최근 2년여 한국 기자들과 따로 자리를 갖지 않았다.
반 총장은 이에 대해 “미안하게 생각한다. 지난 2년 간 일부러 피하기도 했다”며 “오늘도 다른 일정이 있어 올까 말까 했고, 인사만 하고 가려고한다”며 특파원들과 악수를 했다. 반 총장은 그러나 1시간 30분여 머물며 많은 말을 했다.
하지만 세간의 관심사인 사무총장 퇴임 후 정치적 거취에는 침묵했다. “한국의 차기 대선 출마와 관련 정치적으로 모호한 부분이 있는데 입장을 표명할 계획이 있는가”라는 질문이 나왔으나 답변하지 않았다. 방북설에 대해서도 “꾸준히 접촉하고 있다”며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
반 총장은 대신 “사람들은 언뜻 오행설에서 물을 가장 약하고 힘없고 별것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물에 당할 것이 없다”는 선문답으로 대신했다. 이어 “물은 힘을 안 쓰지만, 절대적으로 힘을 발휘해야 할 때에는 홍수, 쓰나미처럼 모든 것을 쓸어 내린다”면서 “물의 힘은 대단하다”고 말했다. 그는 올 8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 ‘상선약수’(上善若水. 최고의 덕목은 물처럼 행동하는 것이라는 의미)라고 쓴 붓글씨를 선물한 바 있다.
반 총장은 시종 유쾌한 표정이었고 "요즘 기분이 좋다"고 말하기도 했다. 파리 기후협정 타결에 대해서는 “10년 묵은 체증이 내려가는 느낌이다, 온 정열을 다 바쳤다”만족감을 털어놓았다. 9년 간의 사무총장직 수행에 대해서는 "계속 100m달리기를 하듯 왔다"며 "지구를 100 바퀴 넘게 돌았다"고 말했다. 이어 “사무총장으로서 10년간 목표한 것이 올해 거의 끝났다”며 “내년에는 이것이 잘 이행되도록 추스르고, 가속은 후임자가 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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