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1월 1일 정오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리는 빈 필하모닉 신년음악회는 1년 전 티켓 오픈과 동시에 매진이 돼버리는 ‘넘사벽’의 공연으로 유명하다. 잘츠브루크 페스티벌 같은 세계적 음악축제도 마찬가지. 그래서 등장한 것이 전 세계 ‘실황 생중계’라는 새로운 관람문화다. TV나 컴퓨터를 켜서 누구나 볼 수 있는 생중계가 아니라 특정 시간, 특정 장소에 가서 티켓값을 지불해야만 볼 수 있는 특별한 생중계다. 기술을 통해 공연 관람의 외연을 확장하면서도 공연장 특유의 아우라를 최대한 보존하기 위한 방편이다.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은 2년 전 국내호텔 최초로 빈 필 신년음악회를 실황 생중계했다. 스크린으로 관람하는 클래식 공연에 뭐 특별한 게 있을까 싶지만,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눈물을 흘리며 기립박수를 보내는 관람객들도 적잖았다. 행사는 정례화했고, 올해는 아예 2016년 빈 필 신년음악회 생중계 관람권이 포함돼 있는 신년 패키지 ‘더 하모니어스’를 선보였다. 음악회 관람권 2매와 이그제큐티브 디럭스룸 숙박권이 포함된 두 가지 패키지가 각각 42만원(정찬 불포함)과 70만원(정찬 포함)에 출시됐다. 정찬이 포함된 공연 티켓은 1인당 25만원. 대연회장에서 6코스 메뉴와 와인 페어링 정찬을 즐긴 후 그랜드볼룸으로 자리를 옮겨 장일범 클래식 음악평론가의 해설과 함께 음악회를 관람할 수 있다. 행사는 신년 1월 1일 오후 5시부터 9시40분까지 약 5시간에 걸쳐 진행된다. 웨스틴조선은 품격 있는 공연장을 재현하기 위해 돌비 5.1 사운드 시스템을 그랜드볼룸에 설치했으며, 천장에는 100만 개의 은하수 전구를 달았다.
훨씬 저렴한 방법으로 빈 필을 즐길 수도 있다. 영화관이다. 멀티플렉스 체인 메가박스는 1월 1일 오후 7시 서울 코엑스, 센트럴, 목동, 신촌, 동대문, 이수점과 킨텍스, 영통, 분당, 광주, 대전, 대구, 해운대 지점에서 빈 필 신년음악회를 실황 생중계한다. 러닝타임 145분(인터미션 포함)에 티켓은 3만원. 팝콘과 콜라는 따로 사서 들어가야 한다.
객원 및 수석 지휘자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빈 필의 이번 신년음악회는 러시아 출신의 세계적 지휘자 마리스 얀손스가 2012년에 이어 세 번째로 지휘봉을 잡는다. 실황 생중계 관람객만을 위한 빈 국립오페라 발레단의 공연도 함께 펼쳐진다.
박선영기자 aurevoir@hankookilbo.com
이윤주기자 mis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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