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서 헤어진 애인이 나체사진의 삭제를 요구하면 유출 의사가 없더라도 이에 응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번 판결은 결별한 후 은밀한 사진을 인터넷에 올리는 소위 ‘복수 포르노’ 범죄 예방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22일(현지시간) 독일 방송 도이치벨레(DW) 등에 따르면 독일 연방대법원은 전날 옛 애인의 나체사진과 동영상을 갖고 있던 남성에게 이를 다른 사람과 공유할 의도가 없더라도 삭제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나체사진과 동영상이 두 사람의 동의 하에 사적인 목적으로 촬영됐더라도 헤어진 후에는 전 남자친구에게 소유권이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사진과 영상을 보유하고 있으면 사생활 침해 우려가 있고 전 애인을 ‘조종할 수 있는 힘’(manipulative power)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연방대법원은 다만 일상생활이나 휴가 중에 옷을 입고 찍은 사진은 사생활 침해 우려가 없는 만큼 삭제할 필요가 없다고 봤다.
사진작가인 이 남성은 전 여자친구와 사귀고 있을 당시 동의를 얻어 나체사진과 동영상을 촬영해 이를 보관해왔다. 일부는 여성이 직접 촬영해 제공하기도 했다. 이 여성은 그러나 헤어진 뒤 전 남자친구가 가지고 있는 자신의 모든 사진을 삭제하도록 해달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양정대기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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