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월가에는 '기술적 분석은 수정구슬이 아니라 풍향계다.(Technical analysis is a windsock, not a crystal ball.)'라는 격언이 있다. 기술적 분석은 미래를 예언하는 신비로운 마법의 도구가 아니라 단지 현재의 경향을 보여주는 계측기라는 것이다. 하지만 풍향계가 미풍의 흐름을 정확히 잡아내듯이, 기술적 분석은 산만한 가격의 움직임에서 큰 흐름을 읽을 수 있는 분석의 틀을 제공한다. 그리고 때로는 커다란 위험을 피할 수 있게 해주고, 도리어 큰 수익의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2008년 미국 주택시장에서 촉발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는 전 세계 금융시장을 공황상태로 몰고 갔던 대형 악재였다. 미국 다우존스산업지수는 1년 남짓한 기간 7천 포인트가 빠지면서 반토막 났고, 코스피 역시 2천 포인트를 넘었던 지수가 890까지 수직낙하하며 국내 주식시장은 아비규환의 지옥도가 펼쳐졌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는 월가의 투자은행과 헤지펀드들이 공모한 화이트칼라 범죄에 가깝다. 골드만삭스는 한편으로는 부실채권을 투자자들에게 팔고, 다른 한편으로는 자신들이 판매한 상품이 부도난다는 쪽에 돈을 걸었다. 결국 서브프라임 채권을 산 사람들은 거덜이 났지만 존 폴슨 같은 투기꾼은 오히려 수조 원을 벌었다. 놀랍게도 월가의 범죄자들은 세계 경제를 거덜내고도 아무도 처벌받지 않았다.
하지만 기술적분석을 할 줄 아는 이들은 이러한 재난 속에서도 자신의 원금을 보존할 수 있었으며, 오히려 파생상품에 투자해 큰 수익을 내기도 했다. 그리고 이러한 큰 폭의 움직임은 복잡한 테크닉이 없이도 쉽게 읽어낼 수 있다. 코스피 주간차트를 보면 2007년 11월을 기점으로 주가는 고점을 찍고 하락하는데, 3주 만에 상승추세선이 붕괴됐다. 주가는 몇 주 후에 반등하지만 전고점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에서 다시 하락한다. 차트모양은 전형적인 머리어깨형 패턴으로 추가하락을 경고하고 있다. 코스피는 몇 번의 미약한 반등을 보이지만 추세선만 그어보아도 재차 붕괴되는 흐름을 읽을 수 있다. 이동평균선이나 MACD도 강력한 약세신호다.
미국 투자은행들의 비윤리적행태나 주택시장의 문제점을 속속들이 알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기술적분석가들은 이미 2007년 말부터 경고신호를 읽고 있었고, 2009년 봄 하락파동이 마무리되기까지 시장을 관망하거나 공격적인 숏 포지션으로 큰 돈을 벌었을 것이다. 그들이 예언가는 아니지만, 바람이 어디로 부는지 알기에 산불이 어디로 번질지 아는 것이다.
주식부처는 십 수 년간 기술적 분석을 연구하고 있는 선물 트레이더다. 자본시장에서 1조를 버는 것이 그의 인생목표다. 2012년 자신의 투자철학을 담은 '주식부처의 투자설법'을 출간한 바 있다. stockbuddha@daum.net
채준 기자 doorian@sporbiz.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