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운 거리 이동 고객 위해
같은 구 내서만 운행
낮에는 학원, 관광버스로 운영
새로운 카풀, 공유경제 서비스
술자리가 끝나는 자정 이후는 택시 잡기 전쟁이 벌어지는 마의 시간대다. 서울 강남역, 홍대입구 등 유동 인구가 많은 지역의 금요일 밤은 특히 치열하다. 서울시에 따르면 밤 9시~새벽 2시는 택시 수요가 너무 많아 공급이 따라가지 못한다.
특히 ‘카카오택시’ 등 콜택시 소프트웨어(앱)가 이를 심화시켰다는 지적도 있다. 택시 기사들이 먼 곳으로 가는 호출에만 응하면서 가까운 거리를 이동하는 승객들은 오히려 택시 잡기가 더 힘들어졌다. 불법인 승차 거부를 앱이 도운 셈이다.
이달 초 서울 강남구와 서초구에서 시범 서비스를 시작한 ‘콜버스’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했다. 콜버스는 스마트폰으로 부르는 야간버스다. 이용자가 앱을 통해 출발과 도착 지점을 입력하면 버스가 비슷한 방향으로 가는 사람을 실시간 연결해 태우고 내려준다.
대중교통이 끊기는 밤11시부터 4시까지만 운행해 택시 서비스의 빈 틈을 노렸다. 특히 가까운 거리를 가지 않는 택시들 때문에 불편을 겪는 사람들을 겨냥해 같은 구 내에서만 이동한다. 요금은 야간 택시의 3분의 1 수준이다.
여기 필요한 차량은 낮에 학원버스 등으로 운영되다가 밤에는 쉬는 버스를 빌려서 이용한다. 한 마디로 새로운 카풀 겸 공유경제 서비스다.
“카카오택시의 부작용을 잡겠다”는 다부진 각오로 콜버스를 만든 주인공은 박병종(29) 콜버스랩 대표다. 22일 서울 구로동 콜버스랩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최근까지 스타트업(초기 창업기업)을 취재하던 기자 출신이다. 기자 시절 야간 교통수단 부족으로 불편을 겪었던 그는 좋은 대안으로 여긴 우버가 국내 실정법 위반으로 좌초되는 것을 보고 법의 테두리 안에서 할 수 있는 사업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그는 “스타트업을 취재하면서 어린 친구들이 세상을 바꾸겠다고 고군분투하는 것을 보고 자극을 받았다”며 “남이 해결해주기를 기다리기보다 직접 해보자는 생각에 회사를 차렸다”고 말했다.
이제 시작하는 단계지만 박 대표는 큰 그림까지 구상하고 있다. 우선 현재 5대의 차량을 내년 1월 정식 서비스 출시 이후 50대로 늘려 나갈 계획이다. 2017년에는 300대까지 확대해 서울 전역 운행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여기에 박 대표는 빅데이터와 기기 학습기술(머신러닝)까지 접목할 계획이다. 실시간 교통 정보를 반영해 콜버스가 스스로 최적 경로를 찾도록 하고 호출이 많이 들어오는 지점을 스스로 찾아 대기할 수 있도록 발전시킨다는 생각이다. 그는 “콜버스로 야간 택시 난을 해결하고 나아가 도시 교통 혼잡까지 해소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이서희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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