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분쟁으로 뒤숭숭한 롯데그룹이 신격호 총괄회장의 숙원이었던 롯데월드타워의 대들보를 올리며 분위기 쇄신에 나섰다.
롯데그룹은 22일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 76층에서 외부 공사를 마무리 짓고 내부 공사에 들어가기 전 치르는 상량식을 가졌다. 행사에는 박원순 서울시장과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 신동빈 롯데 회장,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등 200여명이 참석했다. 신격호 총괄회장과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은 참석하지 않았다.
상량식에서는 국내 최대규모인 64톤급 타워크레인이 마지막 철물 구조물인 대들보를 지상에서 꼭대기층인 123층까지 들어 올려 설치했다. 신 회장은 “세계에 자랑할 만한 건축물이 필요하다는 신 총괄회장의 뜻에 따라 건축한 롯데월드타워는 우리 관광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대표적 랜드마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월드타워는 내년 12월 모든 공사가 완공되면 123층 508m 높이의 국내 최고이자 세계 여섯 번째 높은 건물이 된다.
2010년 11월 착공한 이후 5년 2개월 만에 뼈대를 완성한 롯데월드타워는 사무 및 거주공간, 6성급 호텔, 각종 편의시설, 전망대 등을 갖추게 된다. 신 총괄회장과 신 회장은 롯데월드타워가 완공되면 집무실과 거처를 이 곳으로 옮길 예정이다. 신 회장은 “건물이 완공되면 2만여명을 상시 고용해 서울시와 국가 내수경제 활성화에도 이바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과정이 결코 순탄하지 않았다. 인근 성남 서울공항의 군용기 이착륙 시 안전성 논란이 불거지자 2010년 이명박 정부는 활주로 방향을 틀어가며 허가를 내줘 특혜 시비가 일었다. 석촌호수에 물이 줄어들고 극장 진동문제, 주차장과 수족관 누수현상 등으로 안전 성 시비가 뒤따랐다. 뿐만 아니라 마스터플랜을 23번 보강했고 타워 디자인도 수십 번 바꿨다.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는 “서울공항 문제 때문에 공군의 자존심이 구겨졌다는 평이 있지만 송파주민의 어려움을 극복하는 결단이었다”며 “대한민국 대기업인 롯데의 사회적 책무를 기대해본다”고 말했다.
롯데는 안전성에 강한 자신감을 나타냈다. 롯데 측은 123층 높이의 75만톤 타워를 떠받치기 위해 지하 38m 깊이까지 터를 파고 레미콘 5,300대가 32시간 동안 콘크리트 8만톤을 부어 축구장 크기 80% 면적의 기초를 다졌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진도 9의 지진과 순간 최대풍속 80㎧를 견디고 40층마다 1개씩 중심 기둥을 묶은 구조물을 만들어 건물이 충격을 받아도 버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상량식에 불참한 신 총괄회장은 지난 2일 롯데월드타워를 찾아 둘러본 후 한 시간 가량 건설 경과에 대한 보고를 받았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총괄회장이 수고한다고 격려한 후 들어서게 될 호텔이 몇 실인지 등을 꼼꼼히 물었다”고 전했다.
권영은기자 you@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