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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를 의심하는 아이들을 위한 비밀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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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를 의심하는 아이들을 위한 비밀전략

입력
2015.12.2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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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클로스의 존재를 의심하는 아이들에게 부모는 어떻게 말해야 할까? 게티이미지뱅크
산타클로스의 존재를 의심하는 아이들에게 부모는 어떻게 말해야 할까? 게티이미지뱅크

“엄마, 오늘 유치원에 산타클로스 할아버지가 오셨어요. 그런데 왜 체육선생님이랑 비슷하게 생겼어요?”(관상학적 지식 필요)

“아빠, 산타 할아버지는 모두 몇 명이에요? 어떻게 하룻밤에 온 세상 아이들에게 선물을 가져다 줘요?”(물리학적 지식 필요)

“엄마, 산타 할아버지는 여름 동안에는 무슨 일을 해요?”(사회학적 지식 필요)

마침내 때가 온 것일까? 의심 어린 질문들이 쇄도한다. 은근히 날카롭고 논리적이다. 무방비상태로 맞닥뜨렸다가는 말만 더듬다 끝나는 수가 있겠다. 동심의 세계를 좀 더 오래 지켜주고 싶다는 부모의 소망과 나날이 예리해지는 아이의 추론능력 사이에서 모종의 결단을 내려야 할 때다.

산타클로스의 실존을 파악하는 시기는 아이마다 다르다. 어떤 아이는 다섯 살에 뭔가 이상하다는 걸 눈치채기도 하고, 어떤 아이는 아홉 살이 되도록 철석같이 산타의 존재를 믿는다. 아이마다 성장단계가 다르고 가정환경, 사회생활의 반경이 다르기 때문이다. 미국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산타가 허구임을 알아차리는 나이는 2015년 현재 평균 7.25세로 부모 세대의 8.71세보다 약 1.5세 가량 낮아졌다. 구글과 페이스북으로 대표되는 인터넷 때문이다. 인터넷 검열반대 단체 하이드마이애스에 따르면, 구글 서비스가 본격화한 1997년 이 나이는 8.05세로 어려졌고, 페이스북이 일반에 공개된 2005년에는 7.71세로 또 한번 낮아졌다. 아이들은 대체로 구글이나 페이스북에서 본인이 원하는 선물을 추천하는 광고를 보며 산타가 아닌 부모가 검색을 통해 선물을 준 것임을 알아챘다. 검색 히스토리를 반드시 삭제해야 하는 이유다.

많은 부모들이 산타의 존재를 회의하는 아이들에게 “산타 할아버지는 믿는 아이에게만 선물을 주신대”라는 말로 신앙을 강요하지만(아이도 곧잘 “믿습니다!”를 외친다), 때가 되면 아이도 진실과 직면할 필요가 있다. 문제는 이실직고 해야 할 때가 언제인지를 정확하게 알아내는 것. 판별기준은 아이가 진실을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는가 여부다. “엄마, 산타가 없다는 게 사실이에요?”라고 물었을 때, 아이가 듣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를 간파해야 한다. “어떻게 알았어? 우리 아들 다 컸네”라고 말하는 순간 아이가 “으앙”하고 울음을 터뜨리는 수도 있다. 아이는 아직 동심의 세계에서 축출될 준비가 돼 있지 않았고, 아이가 듣고 싶었던 말은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산타 할아버지는 진짜로 계셔”였던 것이다.

미국 라이프 매뉴얼 사이트 ‘위키하우’에 따르면, 부모는 일단 아이의 의심이 무엇에서 촉발됐는지를 파악해야 한다. 비판적 사고의 결과라면 논리적 사유를 칭찬해준다. 하지만 감정적으로 준비가 돼 있는지 여부는 별개다. 이때 유용한 질문이 “너는 어떻게 생각하는데?”다. 아이가 학교 친구들의 말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믿고 있다고 말한다면, 아직 준비가 안 된 것이다.

진실을 알려줘야 하는 때가 왔다는 판단을 내렸다면, 예스나 노를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기보다는 산타클로스의 유래를 설명해주는 중간단계를 설정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성 니콜라우스라는 실존 성인이 어떻게 산타 할아버지로 추앙받게 되었으며, 사람들에게 선물을 나눠주는 선행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알려줌으로써 마법과 순수의 세계에서 쫓겨나는 낙담의 과정에 완충장치를 마련해 두는 것이다. 더불어 선행의 의미와 가치도 가르치는 교육적 효과도 거둘 수 있다.

아이가 진실을 알아버렸다면, 일단 부모는 그동안 아이를 속여온 것에 대해 사과하는 동시에 그것이 크리스마스의 기적과 어린 시절의 추억을 심어주기 위한 사랑에서 비롯된 행동임을 잘 설명한다. 그리고 아직 산타클로스를 믿고 있는 친구나 동생들을 놀려서는 안 되며 그들의 감정을 존중해야 한다는 것을 분명히 가르쳐준다. 아이가 더 이상 산타의 존재를 믿지 않게 되는 순간은 부모에게도 육아의 한 챕터가 넘어가는 아쉽고 슬픈 순간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인지적으로나, 정서적으로나 아이를 잘 키워왔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쉿! 이 기사도 아이에게는 비밀로.

박선영기자 aurevoi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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