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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지진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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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지진 보도

입력
2015.12.2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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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새벽 4시31분 25초 전북 익산에서 규모 3.9의 지진이 있었다. 기상청은 처음 이번 지진의 규모를 3.5라고 발표했다가 나중에 3.9로 수정했다. 진앙(震央)인 익산 인근 지역은 물론이고 세종시와 경기도 일부 지역에서까지 놀라 잠이 깬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서울과 부산에서도 감지 신고가 들어왔다. 인명ㆍ재산 피해는 없었지만, 우리나라가 결코 지진 안전지대가 아님을 일깨웠다.’ 국내의 이런 지진 보도는 많은 내용을 알려주는 듯하지만, 실제로는 사실(Fact) 정보조차 엉성하다.

▦ 일상 언어감각상 ‘지진(地震)’은 한자말 그대로 ‘땅의 떨림’, 즉 지표면의 흔들림을 가리킨다. 그런데 지구과학에서 이것은 ‘지진’이 아니라 ‘지진동’의 개념이다. 지진은 땅 속에서의 지각의 변형ㆍ파괴 활동을 가리키고, 그 힘이 지표면에 전달된 결과는 지진동이다. 널리 쓰이는 ‘규모(Magnitude)’는 지진의 출발점인 진원(震源)에서 분출된 에너지의 크기를 나타낼 뿐, 지진동의 크기인 진도(震度)를 보여주지 못한다. 지진동의 정도나 시설물 붕괴, 인명 피해 정도 등 주된 관심사와는 동떨어질 수밖에 없다.

▦ 흔히 지진을 TNT 폭발과 비교, 규모 8.3이면 50메가톤급 TNT 폭발과 비슷한 에너지 방출이라고들 한다. 그런데 엄청난 양의 TNT가 지하(진원)에서 폭발해도 지상에서의 피해는 천차만별이다. 다른 힘처럼 지진의 폭발력도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하기 때문에 진원과의 거리가 멀어짐에 따라 지진동은 급격히 약해진다. 또 그 힘을 지표면까지 전달하는 매질(媒質)인 토양의 구조, 즉 암반이냐 토사냐 등에 따라서도 최종 지진동의 크기는 다르게 마련이다.

▦ 잦은 지진에 시달려온 일본은 독자적 진도 등급을 마련해 국민 생활감각에 밀착시켰다. 곳곳에 지진계와 진도계를 함께 설치해 지진이 나면 즉각 규모와 진도가 발표된다. 국민 눈길은 주로 진도에 쏠리게 마련이다. 우리나라도 일본 기상청의 진도등급을 그대로 써 오다가 2001년부터 수정 메르칼리 등급으로 변경했으나 기상청 발표에서도 으레 빠질 정도로 아직 생소하다. 현재 마무리 단계라는 독자적 진도등급 개발이 끝날 때까지 우선은 규모와 함께 진원과의 거리만이라도 즉각 밝혀 지진동의 정도와 그 피해를 어림짐작할 수 있게 했으면 싶다.

/황영식 논설실장 yshw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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