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바이오 분야 투자를 본격화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인천 송도에 8,500억원을 투입해 단일공장으로는 세계 최대인 바이오 의약품 생산공장을 착공했다. 연간 생산 능력 18만ℓ로, 이미 가동 중인 제1공장(3만ℓ), 내년 1분기 가동 예정인 제2공장(15만ℓ)을 합치면 연간 36만ℓ의 생산능력을 갖추게 된다. 이렇게 되면 세계시장 점유율 32%를 차지하는 1위 바이오 의약품 생산기업(CMO)으로 도약할 수 있게 됐다. 경쟁 CMO인 론자(26만ℓ), 베링거인겔하임(24만ℓ)을 훌쩍 뛰어 넘는다. 삼성은 2017년 완공, 이듬해 가동 예정인 제3공장에 이어 4, 5공장도 증설해 사업규모를 확대할 계획이다.
바이오 의약품의 전세계 시장 규모는 1,790억 달러(약 211조원)로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825억 달러·약97조원)의 2배가 넘는다. 성장속도도 가팔라 2020년이면 규모가 2,780억 달러(약 330조원)에 이른다. 우리 바이오산업 분야에서는 이미 한미약품이 성장 가능성을 보여준 바 있다. 한미약품은 올해 총 6건, 8조원 대의 대규모 신약 기술수출 계약을 성사시키는 쾌거를 이뤘다. 삼성은 2010년부터 바이오ㆍ제약 분야를 5대 신수종사업의 하나로 선정해 3조원 가까이 투자했다. 반도체 생산 공정 등을 통해 쌓은 기술력이 있기 때문에 유럽의 CMO들을 따라잡기가 그리 어렵지 않을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삼성의 바이오 투자는 국가 차세대 성장동력을 찾는 과정에서 하나의 의미 있는 방향 제시로 받아들여 진다. 선진 각국이 이 분야에 총력을 투입하는 것도 그만큼 미래 성장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보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기업의 바이오 산업 진출은 아직은 걸음마 단계이고, 기술력과 투자 규모도 유럽의 선발업체들에 한참 뒤진다. 하지만 외환위기 이후 국내 이공계 우수 인재들이 의료ㆍ보건 분야에 대거 진학해 의사들만 연간 3,000명씩 배출되고 있다. 덕분에 이미 우리 의료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이고, 중국과 동남아지역에서는 의료 한류 바람까지 일으키고 있다.
기술입국(技術立國)을 기치로 1970~1980년대에 배출된 전자ㆍ기계 공학도들이 지금의 반도체와 휴대폰, 자동차를 세계 최고수준으로 만들었다. 따라서 앞으로는 의료ㆍ보건 부문 인재들이 바이오 분야를 세계 정상으로 이끌 수 있도록 해야 한다. IT(정보기술)와 제조업, 바이오산업이 융합할 수 있는 기반도 충분하다. ‘바이오 신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범 정부 차원의 연구개발지원, 규제개혁, 획기적인 투자 등의 정책적 뒷받침이 필수적임은 말할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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