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과 바위를 빼놓을 수 없는 경남 거창 금원산 휴양림을 찾으면 돌들이 포개진 동굴 안 벽면에 신비하고 소박한‘가섭암지 마애여래삼존입상’이 조각돼 있다. 효심 깊었던 고려 16대 왕 예종이 어머니의 극락왕생을 기원하며 만들었다고 한다. 오랜 세월 풍파를 겪으면서도 화려하고 자애로운 원형 모습이 그대로 남아있는 건 동굴 안이라는 특수한 공간 때문이다. 관음보살과 지장보살을 양쪽에 둔 아미타여래의 미소가 덕유산 자락에 안긴 순박한 거창 사람들처럼 정겹고 토속적이다. 요즘처럼 해가 짧은 겨울철에 동굴 안으로 햇살이 들어오면 반사된 부처들의 얼굴에서 온화하고 따뜻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아마도 돌아가신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옛 왕의 효심이 함께 공존하기 때문인 것 같다. 멀티미디어부 차장 kingw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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