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2년 인천에 설립된 열교환기 전문업체 태봉산업기술은 2007년 몽골에 진출했다. 열교환기는 집집마다 보일러를 설치하는 대신 한국지역난방공사가 땅 속에 묻은 배관망으로 공급하는 고압 증기와 고온수에서 열을 회수하는 장치다. 한국지역난방공사는 이를 다시 활용해 아파트나 건물에 냉난방을 하고 냉온수를 공급한다.
태봉산업기술은 열교환기 한 우물만 파서 1983년 전량 수입에 의존하던 판형열교환기를 비롯해 산업현장 및 건물에 사용하는 다양한 열교환기를 국산화할 정도로 기술력이 뛰어나다. 이 업체는 몽골 국영 백화점 대표가 명성을 듣고 두 차례나 한국 본사를 찾아와 “장비를 공급해 달라”고 요청해 몽골에 진출하게 됐다.
그러나 판로개척이 쉽지 않았다. 정작 몽골 사람들이 이 업체를 많이 모르는 점이 문제였다. 그 바람에 2012년까지 몽골 매출이 연간 4,000만~5,000만원에 불과했다. 투자비와 유지비를 감안하면 오히려 적자가 쌓여 사업 철수를 심각하게 검토했다.
이때 한국지역난방공사의 협력업체 해외동반진출사업에 선정되며 전기를 맞았다. 2013년 5월 몽골 수도 울란바타르에서 열린 건축기자재 전시회 ‘바릴가 엑스포’에 참가했다. 한국지역난방공사는 10개국 92개업체가 참여한 이 행사에 참가비와 통관업무 등을 지원했다.
특히 한국지역난방공사는 2008년부터 몽골에서 한국국제협력단(KOICA)의 공적개발원조사업(ODA)을 수행하면서 구축한 네트워크를 최대한 활용해 마케팅에 적극 나섰다. 아예 태봉산업기술의 공식후원을 맡아 몽골의 도시개발공사나 공공시설관리청 등 유관기관을 연결해 주고 현지 언론 인터뷰를 주선해 “몽골 난방시스템 개선 및 발전에 기여하고 싶다’는 의지를 강력하게 표시했다. 이재화 태봉산업기술 전무는 “몽골에서 공신력 높은 한국지역난방공사가 우리 회사를 세계적 지역난방 협력사로 소개하면서 브랜드가치와 신뢰도가 높아졌고 몽골 에너지담당 공무원 등이 큰 관심을 나타냈다”고 말했다.
성과는 바로 나타났다. 전시회를 다녀간 몽골 건축업체와 구매계약을 맺었고 다른 현지업체들이 잇따라 납품을 요청해 2013년에만 11억 원의 수출 성과를 올렸다. 이 전무는 “울란바타르 시내 30층 고급호텔과 25층 건물인 시티타워 등 40여곳에 납품해 현재까지 몽골 수출이 39억원에 이른다”고 말했다. 이에 대중소기업협력재단 관계자는 “기술력을 가진 중소 협력업체가 위탁업체의 아낌없는 지원덕분에 해외진출에 성공을 거둔 대표적 사례”라고 평가했다.
박민식기자 bemyself@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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