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일본프로골프투어에서 이보미(27ㆍ여), 김경태(29) 선수가 남녀 상금왕을 휩쓸면서 새삼 ‘코리안 파워’가 부각되고 있다. 한국인 골퍼가 왜 강한지를 놓고 한국의 조기 골프교육에 주목하는 등 일본사회 내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특히 일본에서 이보미의 인기는 막강하다. 장년층 남성을 중심으로 수많은 팬들을 보유하고 있다. 단체인원이 한국여행 도중 골프를 치면서 이보미가 잠시 방문하는 패키지상품이 불티나게 팔릴 정도다. “일본에 와서 내 인생이 바뀌었다. 일본의 풍족한 연습환경에서 더 성장해 감사한다”고 항상 말하는 등 실력 못지 않은 겸손한 성격도 인기에 한몫 한다.
올 시즌 7승을 거둔 이보미는 일본 남녀프로골프 사상 최고액인 2억3,000만엔의 상금을 획득했다. 이보미뿐만 아니라 올해 여자투어는 상금랭킹 상위 5명 중 4명이 한국선수다. 과거 3번이나 상금왕을 차지한 안선주(28), 세계 랭킹 1위 출신인 신지애(27) 등 미국투어 통산 25승을 올린 ‘박세리(38) 키드’ 황금세대들이다.
이와 관련 아사히(朝日)신문은 22일 “일본에서 활약하는 한국 여자선수들은 미국투어 진출엔 소극적이다. 예전이라면 미국에서 뛰고 있을 유력선수들이 지금 일본에 있다”며 상금액수는 미국보다 적지만 이동거리가 짧고 여자리그로선 세계 최다 경기수, 스폰서가 붙기 쉬운 점 등이 일본 리그의 유인요소라고 분석했다. 이보미 프로는 “일본은 음식도 입에 맞고 단시간 내 한국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점을 장점으로 꼽았다.
아사히는 한국출신이 강한 배경엔 ‘마르지 않는 샘’으로 불리는 엘리트 육성시스템에 있다고 평가했다. “한국골프협회가 매년 주요경기 성적을 포인트화해 초등학생부터 대학생까지 대표상비군 60여명을 선발한다”며 “대표가 되면 연간 200일의 합숙에 무료로 참가하고 기술과 정신면에서 철저한 지도를 받는다”고 설명했다.
한국 특유의 교육열에 국가차원의 선수양성시스템이 결합하면서, 후발 선수들이 끊임없이 공급되는 현상이 지속된다는 것이다. 올해 일본에서 5승을 올린 김경태 역시 “주니어시절 가혹한 경쟁을 거쳐 정신력에서 밀리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아사히는 전했다.
물론 한국선수 강세에 따른 경계심도 없지 않다. 일본선수의 상대적 부진이 골프 인기에 부정적이기 때문이다. 올해 각 투어 마지막 날의 평균시청률은 지난해보다 0.3%포인트 떨어진 5.9%대에 그쳤다. 일본여자프로골프협회 고바야시 히로미(小林浩美) 회장은 “어떤 투어에서도 자국선수의 활약은 필요하다”며 “강한 해외선수에 자극 받아 내년 시즌 일본선수들이 잘해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도쿄=박석원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일본프로골프투어 역대 상금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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