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근(29·넥센)이 돌아온다. 2년 전보다 몸은 더 탄탄해지고, 마음은 더 강해졌다. 그는 "이렇게까지 했는데도 못하면 억울해 못 살 것 같다"며 남다른 각오를 다지고 있다.
넥센 마운드의 마당쇠 역할을 톡톡히 해왔던 그는 2013년 12월 공익근무요원으로 입대해 지난 18일 소집해제됐다. 야구장에서 벗어나 있으며 스스로를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그는 "쉬다 보니 야구를 잘 하고 싶은 생각이 더 들더라. 못했던 것도 생각나고, 아팠던 것도 아쉬웠다. 미련한 방법일 수도 있겠지만, 이번엔 정말 제대로 한 번 해보자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정말 독하게 마음을 먹었다. 지난 8월부터 두 달 동안 식단조절을 매달렸다. 계란과 닭가슴살, 샐러드만 먹고 소금은 일절 입에 대지 않았다. 마음이 약해질까 봐 일부러 지인이 없는 동네로 이사해 친구들의 연락도 잘 받지 않았다. 추석 연휴 때는 집안을 가득 채운 명절 음식 냄새를 피해 혼자 밖으로 나와 몇 시간이고 드라이브를 할 정도였다.
이보근은 "체지방은 20kg 빠지고 근육은 10kg 늘었다"고 뿌듯함을 드러냈다. 지금도 일주일 간격을 두고 식단 조절을 진행 중이다. "야구를 못하는 아쉬움을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다 풀었다"고 할 만큼 웨이트를 꾸준히 병행하면서 그동안 그를 괴롭혀 왔던 고질적인 어깨 통증도 사라졌다.
몸이 좋아지면서 마음도 달라졌다. 그는 "사실 2013년까지만 해도 불면증이 심했다. 잠을 아예 못 자고 나오는 경우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마운드의 스트레스가 늘상 그를 따라다녔다. 이보근은 "원래 예민한 성격이라 하나에 빠지면 깊게 파고드는 스타일이다. 24시간 중에 잠자는 시간 빼곤 늘 야구 생각을 했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한 걸음 떨어져 야구를 지켜보며 생각이 달라졌다. 그는 "한 번 생각에 빠져들면 안 좋은 쪽으로만 간다. 지나고 보니 그런 생각을 할 필요가 없더라. '실수'라는 걸 깨닫고 야구를 다르게 바라보기로 했다. 지금은 공 던질 때는 빼곤 야구 생각을 안 하려고 한다. 그게 정답이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달 말년 휴가를 이용해 넥센 마무리 캠프가 열린 일본 가고시마를 다녀왔다. 이보근은 "공을 던지는 데 안 아프더라. 통증이 거의 없다. 그게 제일 좋았다"며 "(염경엽) 감독님과 코치님들께서 '놀다 온 것 같지 않다'고 하시더라. 감독님도 좋아졌다고 말씀해주셨다. 몇 년 만에 칭찬을 받아본 것 같다"고 쑥스러운 듯 웃었다.
올 겨울 외국인 투수 밴헤켄(일본 세이부)과 마무리 투수 손승락(롯데) 등이 빠져나가고 한현희가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을 받아 마운드가 휑해진 넥센에서 돌아온 이보근의 역할은 더 커졌다. 염경엽 감독은 그를 선발 요원 후보로도 올려놨다. 이보근은 "2년간 떠나 있으면서 내 자리가 없어졌다. 어느 자리가 되든 개막전 엔트리에 들어 1군에 1년간 있을 수 있는 게 중요하다"며 "선수가 몸이 되면 불안한 게 없다. 이전에는 아프고 불안했지만 지금은 타자에게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고 이를 악물었다.
사진=넥센 이보근.
김주희 기자 juhee@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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