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 넘은 의료광고 이대론 안 된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ankookilbo.com
‘물방울 내시경 가슴성형으로 완벽한 섹시함을 보여주다!’ 요염한 자태의 가슴 성형 여성을 모델로 내세운 서울 강남의 성형외과 인터넷 홈페이지에 실린 광고다. 한 의사는 “병원 광고인지 화류계 술집 광고인지…”라며 혀를 끌끌 찼다.
다른 강남 성형외과도 섀도 닥터(유령 의사)의 대리수술 비난여론에 편승해 ‘책임지지도 않을 놈에게 나를 맡길 순 없다’는 문구를 담은 광고를 서울 지하철역에 버젓이 내걸었다. 스마트폰 앱에서는 ‘50% 할인’ ‘○○○원’ 등의 광고문구가 범람하고 있다. 생명을 다루는 의료행위를 일반 상품 세일 광고하듯 하고 있다. 유명 연예인과 체육인까지 병원 광고에 가세했다. 1996년 10월 보건복지부가 병ㆍ의원의 공정한 경쟁을 유도하기 위해서라며 의료광고 규제를 대폭 완화한지 10년 만에 보는 혼탁한 의료광고 풍경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14일 ‘성형수술 관련 소비자 피해주의보 발령’ 보도자료까지 내 성형수술과 관련 부작용, 광고 등 피해사례와 유의사항에 대해 안내하는 등 수습에 나섰다. 미용성형 광고 등에서 과대ㆍ허위 의료광고 부작용이 급증했기 때문이지만 만시지탄이다.
의료광고심의위원회가 보건복지부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1년 618건에서 2013년 4,389건으로 7배 이상 늘었다. 소비자상담센터에 2012년 1월부터 2015년 10월 말까지 접수된 성형외과 관련 상담만도 1만7,399건에 달한다.
의사들 스스로가 팔을 걷어 부쳤다. 대한성형외과의사회는 급증하는 성형사고를 줄이기 위해 지하철 버스 택시 비행기 등 모든 대중 교통수단과 영화관 식당 운동장 등 대중이 모이는 장소에서의 성형광고 금지를 주장한다. 특히 인터넷의 파워블로거, 카페, 지식인 검색 등에서 진행되고 있는 불법적인 환자유인알선행위에 대해 당국은 적극적으로 단속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다행히 이처럼 과대ㆍ허위 의료광고 문제점이 부각되면서 지난 9월 ‘1시간짜리 성형광고’라고 비판 받았던 케이블TV tvN의 ‘렛미인’ 프로그램이 폐지됐다. 국회도 ‘미용 성형수술을 철도ㆍ버스 등에서 광고하는 것을 금지한다’ ‘모바일 웹 및 애플리케이션에 대한 의료심의 적용’ ‘영화관 내 스크린을 이용한 의료광고에 대한 심의 대상 추가’ 등을 담은 의료법 개정안이 마련되고 있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횡행하고 있는 불법 과대ㆍ허위 의료광고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의료서비스는 국민건강의 보호ㆍ증진을 목적으로 하는 공익적 성격을 가지므로 의료인이나 의료기관이 광고를 통해 지나친 영리를 추구하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는 원칙이 제대로 설 날이 언제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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