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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당 창당 선언’ 안철수, 야권 재편 신호탄 쏘다

입력
2015.12.2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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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의원이 2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신당 창당 발표 기자회견을 마친 뒤 엘리베이터를 타고 의원실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안철수 의원이 2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신당 창당 발표 기자회견을 마친 뒤 엘리베이터를 타고 의원실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안철수 의원이 21일 신당 창당 선언을 통해 야권 구도 개편의 신호탄을 쐈다. 특히 새정치민주연합과의 연대 가능성을 전면 부인한 채 호남 신당 등에 대해선 가능성을 열어 둬 총선 직전까지 야권의 합종연횡과 이합집산은 피할 수 없게 됐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선 안철수 신당의 세력 규모에 따라 새정치연합이 진보 지대에 고립될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내놓고 있다.

“중도 지대로!” 방향 명확히 밝힌 安

안 의원의 신당 창당 선언의 골자는 ‘새정치연합을 제외한 중도 정당 구축’으로 요약된다. 안 의원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부패에 단호하고 이분법적 사고에 빠지지 않고 수구적 생각을 갖지 않는 모든 분들과 함께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치권에선 “정치 비리 사건에 연루되지 않은 신진 인사와 진보와 보수 이념에 함몰되지 않은 중도 성향의 정치인을 중심으로 신당을 구성하고 극우 세력만 배제하겠다”는 의미로 해석하고 있다. 참신한 정치 신인 발굴에 최우선 순위를 두고, 현역 의원의 경우 비리 경력이 없는 중도성향의 인사에게 신당의 문호를 활짝 열겠다는 취지라는 것이다.

다만 안 의원은 “어떤 경우에도 새정치연합과의 연대는 없다”는 뜻을 분명히 하며 야권 재편 의지를 강하게 밝혔다. 다만 전국 정당으로 가기 위해 호남 민심 획득이 필요한 만큼, 천정배·박주선 의원·박준영 전 광주시장의 이른바 호남 신당에겐 합류의 여지를 남겼다. 안 의원은 “신당의 비전과 목표가 어느 정도 해결이 된 후에야 (연대 논의가) 가능할 것”이라고 전제한 뒤 “그 분들과의 연대는 기본적으로 열려 있다”고 말했다. 안 의원의 한 측근은 “호남 신당 정치인들의 경우 안 의원의 ‘새정치’와 분명 이미지가 맞지 않는 측면이 있고, 새정치연합에 같이 반발한다는 것 만으론 위험부담이 많아 그들의 인재 영입 상황을 유심히 지켜본 뒤 최종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로써 안 의원은 새정치연합추진위원회를 통해 독자신당을 추진하다가 지난해 3월 민주당과 합당하면서 중단했던 새정치 실험을 재개한 셈이 됐다. 그의 정치개편 의지는 차기 대선을 겨냥한 포석이라는 관측도 상당하다. 실제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안철수 신당의 지지율이 의미 있는 규모로 커지면서 차기 주자로서 안 의원의 지지율도 동반 상승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내년 총선에서 야권 분열로 인해 여당이 대승을 거두게 된다면 안 의원은 야권분열에 대한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된다.

새정치 강성 진보 이념정당으로 몰릴 위기

안 의원이 친정의 비주류 계를 대거 흡수하면서 중도 지대에 무사히 안착한다면 새정치연합은 큰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그 동안 새정치연합을 지탱해온 이념의 축은 친노 등 주류 측의 강경(전통)좌파와 비주류 측의 온건(중도)좌파였다. 그러나 비주류가 안 의원 신당으로 빠진다면 자연히 새정치연합은 강경 좌파 일색의 정치 집단으로만 위치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도 새정치연합의 불안함은 감지된다. 리얼미터의 12월 3주차 정당 지지도 분석에 따르면 새누리당은 40.2%, 새정치연합은 29.2%의 지지율을 보였지만, 안 의원 신당을 선택지에 넣은 내년 총선 정당 지지도 조사에선 각각 38.2%, 25.7%로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안 의원 신당이 16.3%로 두 거대정당의 지지층을 흡수했기 때문이다. 특히 새정치연합의 경우 텃밭인 광주·전라 지역과 30대와 50대 등 핵심 지지층이 이탈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새정치연합의 핵심 관계자는 “역사가 증명하듯 야당이 다양한 이념을 담지 못한다면 정당의 수명은 짧아질 수밖에 없다”며 “여론조사에서 보듯 안 의원이 지금처럼 새정치연합만 철저히 배제하고 새정치연합이 혁신을 제대로 이뤄내지 못한다면 (새정치연합이) 제 1야당이 아닌, 강성 진보 정당으로만 남는 최악의 상황이 올지도 모른다”고 우울한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정재호기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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