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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거 위기 '신포동 칼국수 골목' 지키기 나선 주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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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거 위기 '신포동 칼국수 골목' 지키기 나선 주민들

입력
2015.12.2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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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대 주머니 사정이 가벼운 학생들이 뜨끈하게 배를 채우기 위해 찾으면서 자연스레 형성된 인천 중구 신포동 ‘칼국수 골목’. 튀김가루를 듬뿍 올린 칼국수로 유명한 이 골목은 한때 칼국수집 9곳이 경쟁할 만큼 성업했으나 이제는 2곳만이 남아 명맥을 잇고 있다.

하지만 남은 칼국수집들도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인천시와 중구청이 ‘면’(麵)을 앞세운 관광개발사업을 추진하면서 골목을 없애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 주민과 상인들은 골목을 지키기 위해 뭉쳤다.

인천시와 중구의 관광개발사업으로 사라질 위기에 놓인 신포동 칼국수 골목의 한 가게에 불이 켜져 있다. 인천도시공공성네트워크 제공
인천시와 중구의 관광개발사업으로 사라질 위기에 놓인 신포동 칼국수 골목의 한 가게에 불이 켜져 있다. 인천도시공공성네트워크 제공

시민단체 인천도시공공성네트워크가 칼국수 골목을 지키기 위해 21일 연 행사에 참석한 윤희정(44) 신포동 ‘카페 마고’ 대표는 “김홍섭 중구청장은 주민설명회에서 여러 차례 ‘(칼국수 골목) 건물을 헐고 주차장을 갖춘 5층짜리 건물을 새로 짓겠다’고 강조했는데 (이로 인해) 공간, 시대적인 단절이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 상태에서 건물을 리모델링, 그대로 장사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역 주민, 상인들은 이날 칼국수 골목과 관련한 사진, 추억, 사연 등을 나누고 칼국수 파티도 열었다. 또 남아있는 칼국수집 가운데 1곳인 맷돌칼국수의 최근 상황 등을 듣는 자리도 마련했다.

맷돌칼국수를 1988년부터 운영 중인 이병무(60) 대표는 “골목이 지저분하긴 하지만 옛 추억, 향수가 있어 많은 분들이 여전히 찾는 것”이라며 “번지르르한 건물과 개발도 좋지만 추억, 역사가 사라져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인천시와 중구청은 짜장면, 쫄면의 발상지이자 냉면, 칼국수 거리가 있는 중구 신포동과 용동, 동구 화평동에 누들타운을 조성 중이다.

2018년까지 칼국수 골목 일대에 누들가게 창업 등을 돕는 센터, 문화관 등을 갖춘 누들플랫폼을 세우고 테마거리도 만든다는 계획이다. 누들플랫폼 건립을 위한 건물 매입이 현재 진행 중이며 테마거리는 이미 착공한 상태다.

중구 관계자는 “기존 건물들을 리모델링해 쓰거나 (철거 후) 신축하는 방안을 함께 고민하는 중으로 건물 매입 후 실시단계에서 최종 확정될 것”이라며 “금액 문제로 인해 건물 13곳 중 6곳만 매입이 완료된 상태로 내년 중반까지 매입을 끝내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이미 매입한 건물이 안전진단에서 당장 철거가 필요하다고 나오는 등 건물 노후도가 심각한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환직기자 slamhj@hankookilbo.com

인천 중구 신포동 칼국수 골목의 명물인 튀김가루 칼국수. 인천도시공공성네트워크 제공
인천 중구 신포동 칼국수 골목의 명물인 튀김가루 칼국수. 인천도시공공성네트워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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