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훈처 “광복 70주년 상징성”
광화문광장에 상시 게양 의지
서울시는 “의정부 터 복원 추진”
주변 경관 부조화 이유로 반대

광복 70주년을 맞아 광화문 광장에 대형태극기 게양대를 설치하는 문제를 두고 벌여온 국가보훈처와 서울시의 힘겨루기 판정이 국무총리실로 넘어가게 됐다. 게양대의 영구 설치를 주장하는 보훈처와 한시적 또는 이동형 설치 의지를 굽히지 않는 서울시의 의견이 팽팽히 맞서자 국가보훈처는 급기야 국무총리 보좌기관인 국무조정실 산하 행정협의조정위원회의 조정을 신청했다. 중앙부처와 지방정부 간의 행정협의조정위원회가 열리는 것은 지난 2011년 안양교도소 재건축 문제 이후 4년 만이다.
보훈처 “광복 70주년 상징성 감안해야”
보훈처는 지난 15일 “서울시가 광복 70주년 대표 기념사업인 ‘광화문광장 대형 태극기의 상시 설치를 거부한다는 입장을 지난달 23일 정부에 통보했다”며 “향후 모든 행정구제 절차를 통해 광화문광장에 반드시 태극기가 게양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보훈처는 지난 6월 2일 광화문광장 사용 허가권을 가진 서울시와 ‘광복70년 기념사업 추진을 위한 공동업무협약서(MOU)’를 체결하고 광화문광장에 태극기 게양대를 설치하는 사업을 추진해 왔다.
보훈처는 “작년부터 광복 70주년 기념사업을 준비하면서 광화문광장 태극기의 상시적인 설치를 전제로 서울시와 협의를 진행해왔는데 시가 약속을 뒤집었다”며 행정협의조정위원회의 조정 신청을 포함한 모든 절차를 통해 광화문광장 태극기 설치 방안을 추진할 것을 밝혔다. 보훈처는 대형 태극기가 광복 70주년의 상징이고 국민여론의 87%가 광화문광장 태극기 설치를 지지하고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국가보훈처는 당초 광복 70주년을 상징해 광화문광장 북단에 높이 70m의 게양대에 가로 12m 세로 8m의 대형 태극기를 설치하는 방안을 추진해왔으나 게양대가 너무 높다는 비판에 따라 광복절인 1945년 8월 15일을 상징해 45.815m로 변경했다.
서울시 “한시적 설치는 찬성, 영구 설치는 반대”
하지만 서울시는 의정부 터 원형보존 계획에 따라 광화문광장 태극기 게양대 설치는 한시적인 것이 적합하다는 입장이다. 시 열린광장운영시민위원회는 지난달 “광화문광장 옆 시민열린마당에 ‘의정부 터 복원사업’을 추진하고 있어 이 정비 작업을 착수하기 전인 2017년 3월까지 게양대를 한시적으로 설치하는 것이 가능하다”며 “만약 영구 설치가 필요하다면 정부 서울청사 또는 대한민국역사박물관 등 정부시설 부지 내에 설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광화문광장 시민열린마당의 북단 육조마당은 광화문의 옛 육조거리를 현대적으로 재현한 곳으로 출입부에는 전통담장, 좌우에는 육조를 상징하는 구조벽이 설치돼있다. 벽체 일부에는 육조거리 및 의정부의 내력을 기록해놨다. 열린광장운영시민위원회에서는 광화문광장에 태극기를 영구적으로 설치하는 것이 인접한 경복궁, 광화문 주변 경관과 어울리지 않는데다 ‘시대 흐름에 역행하는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최근 한 언론사 인터뷰를 통해 “광화문광장 태극기 설치 자체를 반대한 적이 없다”며 “다만 항구적으로 광장에 뭔가 설치하는 건 조심해야 하며 한시적으로 설치하거나 이동할 수 있게 하면 좋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행정협의조정위 조정 결정은 어떻게 이뤄지나
행정협의조정위원회는 중앙행정기관의 장과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사무를 처리할 때 의견을 달리하는 경우 협의ㆍ조정하는 기구로 재적위원 과반수출석, 출석위원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의결된다. 위원회는 국무총리가 위촉하는 위원장 1명을 포함해 기재부장관, 행자부장관, 국무조정실장, 법제처장 등 당연직 4명과 위촉직 4명, 지명적 2~5명으로 13명 이내로 구성ㆍ운영된다. 행정협의조정위 조정 결정까지 짧게는 1개월에서 길게는 1년 이상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행정기관과 지자체는 위원회 결정을 이행해야 한다.
지금까지 행정조정 대상은 주로 지역정서와 직결되는 문제나 지자체와 정부 간 비용부담을 둘러싼 갈등이 대부분이었다. 가장 최근 사례인 2011년 안양교도소 재건축 문제에 대해서는 위원회가 법무부의 손을 들어줬다. 안양시는 이에 불복해 소송을 냈지만 패소했다. 반면, 2001년 군산 계야도 어업권 손실보상 문제에서는 당시 군산시의 손을 들어줬다. 행정협의조정위 실무를 맡는 행자부 관계자는 “유사한 과거 사례가 없는 데다 아직 위원들이 선임도 되지 않은 사안이라 섣불리 조정결과를 예측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김기중기자 k2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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