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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지혈증=스타틴’ 등식 깨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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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지혈증=스타틴’ 등식 깨지나

입력
2015.12.21 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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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수 서울대병원 교수는 "고지혈증 치료는 운동이나 식이요법만으로 한계가 있다"며 ”약 복용이 특별한 부작용도 없으므로 부담없이 먹는 것이 좋다"고 했다. 서울대병원 제공
김효수 서울대병원 교수는 "고지혈증 치료는 운동이나 식이요법만으로 한계가 있다"며 ”약 복용이 특별한 부작용도 없으므로 부담없이 먹는 것이 좋다"고 했다. 서울대병원 제공

LDL 콜레스테롤 등 지방성분이 혈관 벽에 켜켜이 쌓이면(죽상동맥경화) 협심증 심근경색 뇌졸중 등 치명적인 심뇌혈관질환 위험이 높아진다. 이른바 이상지질혈증(고지혈증)이다. 고지혈증 치료는 그래서 문제의 근원인 LDL 콜레스테롤의 수치를 낮추는 데 초점을 맞춘다.

LDL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데는 스타틴(statin)이라는 약이 주로 쓰인다. 그런데 최근 들어 고지혈증 약물 치료에서 비(非)스타틴 계열 약을 추가하는 2중 복합제 처방이 새로운 흐름으로 자리잡고 있다. 즉 ‘고지혈증=(고강도)스타틴’이라는 등식이 깨지고 있다. 이는 스타틴이 장기 복용 시 제2형 당뇨병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보고된 데다, 대규모 임상연구에서 비스타틴 약(에제티미브) 복용이 안정성과 효용을 입증받은 데 따른 것이다.

스타틴 계열의 약은 간에서 콜레스테롤 합성에 관여하는 HMG-CoA환원효소의 활성을 억제해 LDL 콜레스테롤을 낮춘다. 아쉬움은 스타틴 장기복용이 제2형 당뇨병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이다. 이를 뒷받침하는 대표적인 임상연구가 JUPITER(뉴 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 2008) 스터디인데, 1만7,802명의 환자를 1.9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 스타틴 투여가 당뇨병 발생을 26%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가운데 최근 새롭게 뜨고 있는 약이 ‘스타틴+비스타틴’ 복합제다. 이는 기존의 스타틴에다가 비스타틴 계열인 에제티미브를 추가한 2중 제제. 대규모 연구 결과 에제티미브 추가한 병용요법이 부작용이 없으면서도 심혈관 발생 위험을 낮추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는 1만8,000명의 심혈관 고위험군을 7년간 추적한 IMPROVE-IT 스터디(뉴 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 2014년 6월)로, 에제티미브 병용군(바이토린, 심바스타틴+에제티미브)과 스타틴(심바스타틴) 단독군을 비교한 결과 에제티미브 추가로 LDL 콜레스테롤 수치를 70~55mg/dl까지 기존보다 더 낮췄더니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이 6.4% 감소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에제티미브 복용에 따른 출혈성 및 허혈성 뇌졸중의 우려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같은 연구 결과는 이른바 ‘스타틴 이론 vs 콜레스테롤 이론’ 논전에서 콜레스테롤 쪽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고지혈증 치료는 스타틴만으로 충분하고 비스타틴 제제는 근거가 없다’는 주장을 정면 반박하면서 에제티미브를 추가하는 복합제의 등장에 잔뜩 힘을 실어준 셈.

김효수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IMPROVE-IT 연구 결과와 관련, “에제티미브 추가로 LDL 콜레스테롤을 더 낮췄을 때의 (심혈관 질환 위험 감소) 혜택을 입증한 첫 증거”라면서 “이에 따라 에제티미브 복합제가 향후 가이드라인 반영 등 굉장히 파워풀한 입지를 갖게 됐다”고 했다.

국내외 제약사들은 이런 흐름에 발맞춰 특허가 풀린 스타틴 제제에다 에제티미브를 더한 복합제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스타틴 제제로는 가장 먼저 나온 아토르바스타틴(상품명 리피토)과 약효가 가장 강력한 로수바스타틴(상품명 크레스토)이 많이 쓰이고 있다. 현재까지 나온 콜레스테롤 저하 복합제로는 아토젯(아토르바스타틴+에제티미브), 로수젯(로수바스타틴 + 에제티미브), 바이토린(심바스타틴 + 에제티미브)의 3가지가 대표적이다. 이중 국내에 가장 먼저 출시된 것은 바이토린이다. 최근 들어 주목받는 것은 로수젯이다. 한미약품은 로수젯을 지난 달 초 제일 먼저 출시했다. 대웅제약 종근당 SK케미칼 한독 등 20개 안팎 제약사도 관련 제품을 뒤따라 내놓을 것으로 전해진다.

김효수 교수는 최근 국내 고지혈증 환자 410명을 대상으로 로수바스타틴과 에제티미브를 추가한 복합제(로수젯)를 비교하는 3상 임상시험(MRS-ROZE)을 마쳤다. 김 교수는 3상 결과에 대해 “로수바스타틴만 쓰면 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45~50% 떨어지는 데 비해 로수젯은 55~60%에 이른다”며 “에제티미브 효과로 약 10%를 더 감소시킬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스타틴 계열 약 가운데 콜레스테롤 강하 효과가 가장 강력한 게 로수바스타틴이고 그걸 결합한 게 로수젯”이라며 “이에 따라 로수젯만 있으면 LDL 콜레스테롤을 조절하는 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에제티미브 복합제의 이점은 스타틴 단독에 비해 더 적은 용량으로 LDL 콜레스테롤 수치를 빠르게 낮출 수 있다는 점이다. 김 교수는 로수젯의 적응증과 관련, “한 알로 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50~60% 떨어지므로 심혈관에 죽상경화증이 있고 협심증, 심근경색 증세가 있는 환자, CT 검사상 심장 관동맥 또는 뇌 경동맥에 기름이 끼어 있는 사람, 당뇨병 환자 등 LDL 콜레스테롤을 엄격하게 관리해야 하는 환자들에게 요긴하다”며 “병이 없는 일반인 중에서 수치가 높은 사람들도 쉽게 목표치까지 낮출 수 있어 유용하다”고 했다.

김 교수는 고지혈증 치료는 운동이나 식이 요법 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했다. 그는 “심혈관에 기름이 끼어 있는 경우 LDL 콜레스테롤 수치를 70~50mg/dl 정도로 엄청 낮춰야 하는데, 이게 식이나 운동 요법으로 조절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라면서 “약 복용이 부작용도 없고 여러 모로 좋은 효과도 있으므로 부담 없이 먹는 것이 좋다”고 했다.

송강섭기자 erics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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