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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유령 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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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유령 집회

입력
2015.12.2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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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와 결사의 자유를 보장하는 규정은 헌법 21조 1항이다. 이어 2항은 ‘집회ㆍ결사에 대한 허가는 인정되지 아니한다’고 못박고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자유롭게 집회를 갖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무엇보다 경찰서 문턱 넘기가 힘들다. 집회는 신고만 하면 되지만 경찰은 사실상 허가제처럼 운영하고 있다. 정치ㆍ사회적으로 민감한 집회일수록 경찰의 ‘금지 DNA’는 더 도드라지게 발동한다. 경찰이 11ㆍ14 1차 민중총궐기 대회 당시 일부 폭력사태를 빌미로 12ㆍ5 2차 대회를 금지한 게 한 예다.

▦ 집단 민원, 분규 등 일반 집회의 경우 주최 측은 이해관계가 다른 상대 측과의 집회 신고 순위 다툼에서 이겨야 집회를 열 수 있다. 집회를 열려면 주최자는 집회 시작 720시간 전부터 48시간 전까지 관할 경찰서에 신고해야 한다. 만일 같은 날 같은 시간대, 같은 장소에서 여러 개의 집회가 중복 신고되면 가장 먼저 신고한 측이 우선권을 갖는다. 해서 집회 주최자와 이념, 이익, 입장이 다른 측은 신고가 가능한 720시간이 개시되자마자 집회 신고를 먼저 접수해 상대를 무력화하는 방법을 동원한다.

▦ 서울광장, 광화문과장과 대기업들이 몰려 있어 집회 시위가 잦은 남대문ㆍ종로경찰서에서는 심야 집회신고 각축전이 수시로 벌어진다. 선(先) 신고자 집회 우선권 부여 원칙을 이용, 맞대응 집회를 가지려는 측이 용역업체 직원이나 아르바이트생을 동원해 며칠 밤을 새는 일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부분 맞대응 집회는 실제 집회로 이어지지 않는 ‘유령 집회’다. 서울경찰청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13년부터 올해 8월까지 신고 접수된 집회 106만2,786 건 중 97%(103만898건)가 열리지 않았다.

▦ 재향경우회가 19일 서울광장에서 가지려다 개최하지 않은 역사교과서 국정화 관련 집회도 3차 민중총궐기 대회를 막기 위한 유령 집회라는 의혹이다. 이런 행위가 계속되는 것은 신고 집회 취소시 경찰에 통지하지 않아도 처벌할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상습적인 유령 집회 신고는 헌법상 집회의 자유를 의도적으로 제약하는 행위다. 형사처벌은 아니라도 특별한 이유나 취소 통보 없이 상습적으로 신고 집회를 개최하지 않는 단체에 대해서는 집회 개최를 제한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황상진 논설위원 apri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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