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一與多野’ 구도 전망까지
“어려운 때일수록 원칙 지켜야…”
이종걸 대신 쟁점법안 점검하며
리더십 세우기ㆍ총선 준비 드라이브
박영선 “문재인당으로 갈 것이냐”
김부겸 “품 넓혀 우려 해소해야”
당내서 친정 체제 강화 우려 커져
안철수 의원이 21일 신당 창당을 공식화 화면서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내년 총선이 ‘일여다야(一與多野)’ 구도로 치러질 경우 야권은 필패라는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당 내홍 수습과 야권 연대라는 두 가지 숙제를 동시에 해결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기 때문이다. 당내 비주류 진영은 여전히 문 대표의 사퇴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어 문 대표 입장에서는 내우외환에 처한 형국이다.
文대표, 총선 준비 속도전으로 ‘마이웨이’
문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안철수 신당 창당에 대해 구체적 언급은 하지 않은 채 “어려운 때일 수록 원칙을 지키고 옳은 길로 가야 승리할 수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마음에 새긴다”며 정면돌파 방침을 거듭 밝혔다. 교수신문이 올해의 사자성어로 꼽은 ‘혼용무도’(昏庸無道ㆍ세상이 온통 어지럽고 무도하다)를 거론한 그는 “이 말에는 우리 당이 더 혁신하고 단합해 강한 야당이 되라는 국민의 간절한 염원이 담겨 있다”며 “독재권력이 바라는 것이 야권의 분열이자 허약한 야당이라는 점에서 우리 당 역시 반성과 성찰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표는 “낡은 껍데기를 벗겨내는 고통을 감내해야 새살이 돋는다”며 “혁신과 단합을 포기할 수 없다”고도 했다.
문 대표는 그러면서 당무거부 중인 이종걸 원내대표의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쟁점 법안까지 챙기는 등 리더십의 고삐를 바짝 죄었다. 그는 이날 국회 당대표회의실에서 최고위원과 정책위의장, 관련 상임위원회 간사들이 참석하는 입법전략회의를 주재하고 쟁점 법안의 여야 협상 진행 상황을 직접 점검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문 대표가 야당의 분열로 법안 협조가 잘 되지 않는다는 여당의 비판에 부담을 느낀 것 같다”는 해석이 나왔다. 하지만 주류 측 관계자는 “비주류를 향한 ‘당내 분란을 부채질할 경우 좌시하지 않겠다’는 경고의 메시지도 포함돼 있다”고 풀이했다.
文체제 강화할수록 당내 원심력은 확대
그러나 문 대표가 리더십을 강화할수록 당내 원심력은 확대되는 바람에 주류 측은 사실상 진퇴양난에 빠진 모양새다. 비주류 측에서는 당 혼란을 추스린다는 이유로 문 대표가 친정체제를 강화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도리어 비주류는 문 대표를 향해 사퇴를 포함해 모든 것을 내려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박영선 전 원내대표는 라디오방송 인터뷰에서 “문재인당으로 갈 것이냐, 아니면 대중정당으로 갈 것이냐의 갈림길에 서 있다”며 “문 대표가 정말 겸허한 마음으로 모든 것을, 마음을 비우는 자세의 결단이 필요하다”이라고 압박했다.
안철수 의원과는 정반대로 가는 문 대표의 드라이브에 대한 우려도 계속되고 있다. 대구에 출사표를 던진 김부겸 전 의원은 이날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문 대표는 비노나 비주류에 속하는 분들을 건강하지 않은 세력으로 보는 것 같은데 그런 시각을 빨리 버려야 한다”며 “제1 야당 대표는 품을 넓혀 이 분 저 분 폭넓게 만나고 우려하는 것을 해소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안 의원이 “새정치연합과는 통합도 연대도 없다”고 밝힌 만큼 문 대표 입장에서는 선택지가 줄어들었다. 특히 천정배 무소속 의원이 추진하는 신당이나 정의당과 연대도 안 의원의 선언으로 쉽지는 않게 됐다. 문 대표 측 핵심 관계자는 “어수선한 당 상황을 추스르기 위해 비주류 측 인사들이나 당을 떠났던 분들과도 활발히 만나 의견을 들을 예정”이라고 전했다.
문 대표는 지난주 전북 순창에 칩거 중인 정동영 전 상임고문을 만나 복당을 요청한 데 이어 각계 인사들을 두루 만날 예정이다. 안철수 신당 합류를 심각히 고민 중인 김한길 전 공동대표와도 따로 만난 것으로 전해졌다. 시사평론가 유창선씨는 “안철수 의원 탈당 이후 문재인 대표가 전체적으로 페이스를 잃은 듯 하다”며 “고정 지지층 결집은 분명 긍정적이지만 문재인당 색채가 두드러지면서 더 이상 외연 확대가 불가능해질 있다”고 말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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