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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정진이엔티, 수천 만원 장비 재활용해 비용 50% 절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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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정진이엔티, 수천 만원 장비 재활용해 비용 50% 절감

입력
2015.12.21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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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창(오른쪽) 포스코 열연부 조업개선총괄과 주용태 정진이엔티 대표가 서로 힘을 합쳐 보수해 재활용하고 있는 ‘롤 초크’ 장비 앞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대중소기업협력재단 제공
이재창(오른쪽) 포스코 열연부 조업개선총괄과 주용태 정진이엔티 대표가 서로 힘을 합쳐 보수해 재활용하고 있는 ‘롤 초크’ 장비 앞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대중소기업협력재단 제공

제철 설비 및 기계 수리 전문업체 정진이엔티는 지난해 여름 포스코로부터 ‘어려운 숙제’를 받았다. 철판 제조에 필수적인 설비이지만 가격대가 3,000만~5,000만원에 달하는 ‘롤 초크(Roll Chock)’를 버리기가 아까워, 고쳐 쓰는 방법을 찾아달라는 부탁이었다. 철판은 철광석을 용광로에 넣어 섭씨 1,500~1,600도로 녹여 액체 상태로 만든 후 회전하는 두 개의 롤 사이를 통과시키는 ‘압연’ 과정을 거쳐 얇게 펴주는 방식으로 생산된다. 이때 철판을 눌러주는 ‘롤’을 좌우 끝에서 잡아주는 장치가 바로 ‘롤 초크’다. 그런데 고온의 철판이 지나가고, 높은 압력을 가했다가 식히는(냉연) 가공 작업으로 인해 변형 또는 마모되면 더 이상 사용할 수 없다. 포스코 공장에만 수 천대인 이 장비의 수명은 10~15년 정도. 포스코는 원가절감을 위해 변형된 ‘롤 초크’의 재활용 방법을 찾아봤지만, 회사의 핵심 엔지니어조차 불가능한 일이라고 해 지금까지는 기계를 버릴 수 밖에 없었다.

그러던 포스코가 설비 재활용을 위해 ‘신생’ 협력업체 정진이엔티와 협력한 것은 아주 의외의 선택은 아니었다. 2008년 설립된 정진이엔티는 직원 22명이 전부지만, 모두 기계 및 설비 수리에 10~30년간 몸담아 제조사마저 수리를 포기한 설비를 고칠 수 있을 정도의 높은 기술력과 풍부한 경험을 갖춘 베테랑이었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두 업체는 의기투합했다. 우선 폐기 대상 초크 중 수리가 가능한 것만 골라, 육성 용접으로 재생을 시도했다. 육성 용접은 일반적인 접합 용접과 달리 허용치 이상의 손상이 발생한 피로층에 살을 채워가듯 용접해 원래의 상태로 만드는 고난도 기술이다. 적용하기 쉬운 외면부에 먼저 용접해보고, 보이지 않는 안쪽(내경) 변형에도 적용했다. 포스코는 정진이엔티와 수 차례 워크샵을 열었고, 정밀도 측정과 검사, 정밀 가공기술 등을 지원했다.

몇 차례의 시행 착오 끝에 보수된 초크 4대는 시범적으로 광양제철소 열연공장에 투입됐고, 결과는 놀라웠다. 3개월 뒤 비파괴검사를 통해 확인한 결과, 새것처럼 멀쩡했다. 신품이 일반 철강제품(주조강)으로 초크를 만든 반면, 정진이엔티는 내마모성과 내구성이 더 좋은 스테인리스로 용접해 훨씬 튼튼해졌다. 현장 직원들이 “보수한 초크가 새로 산 제품보다 훨씬 뛰어나다”고 평가할 정도로 성능이 우수했다. 보수 비용은 신품 구입가의 절반 수준(40~50%)이라 포스코는 4대의 보수를 통해 5,000만~1억원 가량을 절감했다. 올해는 광양제철소와 포항제철소 전사의 열연 및 냉연 공정에 확대 적용했다.

두 회사는 과제를 성공적으로 마친 후 육성용접 가공기술을 공동으로 특허 냈고, 정진이엔티는 3년간 수리권을 보장받았다. 이재창 포스코 열연부 조업개선총괄과 주용태 정진이엔티 대표는 “성과공유제 덕분에 위탁기업은 원가를 절감하고, 수탁기업은 기술력을 높일 수 있었다”며 “양사간 신뢰도 훨씬 두터워 졌다”고 말했다.

박민식기자 bemyself@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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