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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삼성 사장단 관심은 인문ㆍ미래ㆍ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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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삼성 사장단 관심은 인문ㆍ미래ㆍ행복

입력
2015.12.21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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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서초구의 삼성전자 본사 사옥은 매주 수요일 아침마다 사장단 회의에 참석하는 임원들과 취재진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사진은 지난 9일 사장단 회의를 마친 후 사옥을 나오고 있는 조동진 삼성전자 사장. 연합뉴스 제공

삼성의 수요 사장단 회의는 삼성뿐 아니라 국내 재계가 주목하는 행사다. 그룹 경영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지는 않지만 삼성 최고경영자들의 관심을 엿볼 수 있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수요 사장단 회의의 모체는 고(故) 이병철 회장이 매주 수요일마다 명사들과 골프를 즐겼던 '수요회'에서 비롯된 것이다. 한 때 자취를 감추기도 했지만 특검으로 경영에서 물러났던 이건희 회장이 2010년 경영에 복귀하면서 수요 사장단 회의로 이름을 바꾸고 공부 모임으로 성격을 변형·운영하고 있다.

주요 계열사의 사장을 포함한 주요 임원진들 50여명이 참여하며 올해 멤버는 53명이다. 매년 휴가철 2주를 제외하고는 매주 수요일 오전 8시에 열렸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등 이 회장의 자녀들은 참석하지 않는다.

올해 회의는 23일을 마지막으로 일정이 끝난다. 총 48회, 48명의 연사가 함께 한 대장정이 정호승 시인의 '내 인생에 힘이 되어주는 시'라는 제목의 강연으로 마무리되는 것.

올해 주제들을 살펴보면 인문학의 재도약이 눈에 띈다. 2013년까지 상당 부분을 차지하던 인문학은 작년에 크게 줄었다. 이 자리를 채운 것은 경영이었다.

삼성이 느끼는 경제 위기와 돌파구도 엿볼 수 있었다. 미래, 혁신, 변화와 관련한 주제가 많았기 때문이다. 로봇이나 디지털화폐, 바이오 등 신기술에 대한 내용도 많았다.

■ 다시 돌아온 인문학

올해 가장 크게 변한 것은 바로 인문학의 부활이다.

작년 사장단 회의는 그야 말로 '인문학의 위기'였다. 2013년 17차례나 열렸던 인문학 강의가 작년에는 4차례로 급격히 줄었다. 대신 11차례에 불과했던 경영에 대한 주제가 24차례로 늘었다. 이건희 회장의 부재 등으로 인한 경영 문제가 심각했음을 보여주는 셈이다.

올해에는 인문학이 화려하게 부활했다. 2013년보다도 많은 18차례에 걸쳐 진행됐다. 세부 주제로 고전과 바둑, 만화, 북한 등 독특한 것이 많이 선정됐다.

특히 북한, 중국, 중동 등 국제 정세에 대한 관심이 두드러졌다. 올 초 이화여대 조동호 교수 진행의 '통일과 남북경협'을 시작으로 성공회대 김명호 교수의 '중국 인물들의 도전 정신과 리더십', 9월에는 한국외국어대 유달승 교수의 '최근 중동지역 정세 및 향후 전망'이 있었다. 10월에는 연세대 김용호 교수의 '최근 북한 정세' 강의, 11월에는 서울대 정영록 교수의 '중국 경제 동향 및 전망' 강의 등으로 이어졌다.

SNS와 만화 바둑 등 신구를 아우르는 문화에 대한 강의도 있었다. 서울대 이재현 교수의 'SNS의 열 가지 얼굴', 허영만 화백의 '나는 아직도 진화하고 있다', 바둑 기사 조훈현 9단의 '바둑황제의 끝나지 않은 승부' 등이다.

사회민주주의센터 정승일 대표의 '복지국가와 경제 민주화'와 서울대 장대익 교수의 '왜 일하는 가, 사회성의 진화와 일자리의 미래' 등 사회시스템과 관련한 강의등도 있어, 삼성 경영자들의 사회에 대한 관심도 확인할 수 있었다.

■ 위기에는 미래가 답

글로벌 경제 위기에 삼성 역시 위기를 느끼기는 마찬가지였다. 김준경 KDI 원장의 '2015년 한국 경제 현안 및 전망'과 서울대 안동현 교수의 '4저 시대의 불확실성 및 글로벌 리스크', 숙명여대 서용구 교수의 '저성장 시대 기업의 유통전략' 등 위기에 관련한 주제가 많았다.

이에 대한 삼성 경영자들의 돌파구는 역시 미래였다. 연세대 송기원 교수의 '생명과학과 인간의 미래', 연세대 조광수 교수의 'UX로 보는 현재와 미래', 카이스트 배상민 교수의 '디자인이 미래다', 카이스트 오원석 교수의 '비즈니스 분석과 미래의 경영', 연세대 이준기 교수의 '스마트 빅뱅과 비즈니스 모델 변화'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에게 정세의 변화와 미래 예측에 대한 강연을 들었다.

특히 삼성 사장단의 첨단 기술에 대한 관심은 여전했다. 전동수 삼성 SDS 사장의 '그룹 IT 체계 혁신 방안'을 시작으로 카이스트 김대식 교수의 '뇌 과학과 인공지능의 기회와 리스크', 카이스트 오준호 교수의 '휴머노이드 로봇과 미래', UCLA 데니스 홍 교수의 '로봇, 인류의 행복과 동행하나' 등 첨단 기술에 대한 강연히 꾸준히 진행됐다.

■ 삼성 사장단도 '행복하자'

사장단 회의 대부분의 주제는 경영과 관련한 것들이지만 개인을 위한 주제도 많다. 한양여대 김수영 교수의 '행복한 공동체의 조건', 연세대 신수진 교수의 '마음으로 사진 읽기' 그리고 마지막을 장식하는 정호승 시인의 강의도 결국 각자의 마음을 안정시키고 행복하게 살기위한 주제로 볼 수 있다.

2013년부터 한 해를 마무리하는 삼성 사장단 회의의 주제는 '긍정적 사고의 힘', '유교 잊힌 삶의 술'이었다. 올해도 사장단은 시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사장단 회의를 마무리한다. 이들 주제는 경영의 한 부분이기도 하지만 개인에 좀 더 초점을 맞춘 것으로 추측된다.

2013년에는 이보다 개인에 대한 주제가 많았다. 서대원 전 유엔 차석대사의 '글로벌 비즈니스 매너'나 삼성서울병원 나덕렬 교수의 'CEO의 뇌 건강' 등으로 건강 관련 주제만 4차례나 있었다. 이들은 2014년 이후 자취를 감췄다.

내년에는 사장단 회의에 참석하는 인원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최근 있었던 인사 때문에 사장단 규모가 52명으로 감소했을 뿐 아니라 삼성종합화학과 삼성BP화학 등 화학계열사가 롯데그룹으로 넘어가기 때문이다.

김재웅 기자 jukoas@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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