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원대 '노스페이스 점퍼', 70만원대 '란도셀 책가방'에 이어 '터닝메카드'가 부모 등골 빼먹는 '등골브레이커'로 등극했다.
등골브레이커는 부모의 등골을 휘게 할 만큼 비싼 상품을 일컫는 말이다.
사실 터닝메카드는 마트 판매가가 1만6,400원 정도라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부모들이 자녀들에게 선물하기 좋은 상품이다. 그런데 올해 초부터 열풍이 불었던 터닝메카드가 어느새 등골브레이커가 됐다.
터닝메카드가 등골브레이커가 된 데는 오픈프라이스라는 국가시책과 악마의 마케팅, 부모들의 끝없는 자녀사랑이 함께 했기 때문이다.
▲파는 사람 마음대로 오픈프라이스
이명박 정부의 치적(?) 중 하나가 오픈프라이스였다. 오픈프라이스는 판매자가 가격을 자의적으로 정해서 저렴하게 팔 수도 더 비싸게 팔 수도 있도록 하는 정책이다. 이전까지는 정가제 였다. 제조사가 정가를 결정하면 판매자는 정가대로 판매에 나서야 했다. 이명박정부에서는 국민들에게 좋은 제품을 더 저렴하게 판매할 수 있다고 선전했다. 그런데 터닝메카드 등 인기 제품에서는 오히려 오픈프라이스가 부모들에게 고통을 주는 제도가 됐다.
마트 판매가격이 1만6,400원에 불과한 터닝메카드가 인터넷 쇼핑몰 등에서는 보통 두 배 이상의 가격으로 팔린다. 만화 터닝메카드의 주인공 격인 '에반'의 경우 한때 500% 가까이 인상된 8만원에 판매되기도 했다.
오픈프라이스가 아닌 정가제라면 아무리 인기 있는 상품도 정가를 넘길 수 없다. 구매가 어려울 수는 있으나 웃돈을 주고 말도 안 되는 비싼 가격으로 구입하는 경우는 없다.
▲제조사, 악마의 마케팅(?)
터닝메카드의 제조사 손오공은 터닝메카드 가격 상승의 원인을 '인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손오공 측은 "올해 초까지 주문을 받으면 수시로 물량을 공급하는 방식이었지만, 어린이날 이후로는 매주 정기적으로 마트에 공급하고 있다"며 "베트남과 중국 OEM(주문자상표 부착 생산) 공장으로부터 물건을 들여오는 횟수도 한 달 두 차례에서 주 2~3회로 늘린 상태"라고 설명했다. 또 "여전히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한 것은 맞다. 하지만 일반 변신 완구는 남자 어린이들이 주로 찾는 데 비해 터닝메카드의 경우 유아뿐 아니라 초등학생 이상 남학생, 여학생, 심지어 성인들 사이에서도 수요가 있기 때문에 물량이 더 달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직접 구매에 나섰던 부모들은 손오공을 의심하고 있다. 아들 둘을 둔 워킹맘 A씨는 "돈 좀 벌겠다고 정책적으로 소량만 생산하는 것 같다는 의심이 든다. 나온 지가 1년 가까이 되는데 아직도 가장 인기 있는 에반 구매는 하늘의 별 따기다. 이제 벌만큼 벌었을텐데 정상적으로 했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서울 송파구에 거주하는 전업주부 B씨는 "종류가 너무 많다. 그런데 아이들에게 인기 있는 제품은 구경하기도 힘들다. 아이들을 애타게 하려는 못된 마케팅인것 같다"고 말했다. 강동구에 사는 전업주부 C씨는 "또 사야 한다. 너무 잘 부숴진다. 좀 놀다가 보면 금방 부숴지고 수리를 맡겼더니 회사쪽에서 보상판매를 해주겠다고 하더라. 아니면 한 달은 기다려야 한다고 해서 그냥 돈 주고 샀다"며 "같은 제품을 몇 번 샀는지 모른다. 그런데 이걸 사려면 웃돈을 줘야 한다. 8만원에 산 것도 있다"고 말했다. 제조사가 수익을 위해서 이기적인 마케팅을 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올법한 대목이다.
▲부모의 사랑, 애들 속상한 것은 못 봐
제조사의 공급 부족이 결국 가격을 끌어올리는 것으로 보인다. 부모들의 아이 사랑을 극단적으로 자극하고 있는 것이다. 터닝메카드는 초등학교 남아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다. 초등학교 자녀를 둔 가정의 경우 대부분 터닝메카드 두 세개는 가지고 있다. 그런데 터닝메카드의 개수가 부의 척도도 되고 있다.
부유층의 경우 터닝메카드를 30~50개까지 가지고 있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는 대부분 웃돈을 주고 구매해야 가능하다. 상대적으로 많이 가지지 못한 어린이들은 박탈감까지 갖게 된다. 강남구 도곡동에 거주한다는 전업주부 D씨는 "아이가 주상복합에 사는 친구 집에 놀러 갔다 와서 터닝메카드가 30개나 있고 에반이 색깔별로 있었다고 하더라. 마음 같아서는 다 사주고 싶었지만 교육상으로도 문제가 있고 비용도 많이들어 포기 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전업주부 E씨는 "지난 여름 에반을 그렇게 갖고 싶어해서 8만원에 구입했었다. 에반을 사주기 전에는 나백작·캉시 같은 인기 없는 캐릭터만 있었는데 에반이 생긴 후로 친구들 사이에서 부러움을 한몸에 받았다"며 "사주긴 사줬지만 조악한 장난감에 너무 많은 비용을 부담한 것 같아 찜찜했다"고 밝혔다. 강서구에 사는 샐러리맨 F씨는 "터닝메카드는 우리 집에서 내 담당인데 현재 7개가 있다. 올해 총 7개를 구입하기 위해 들어간 비용이 24만원 정도 된다. 그런데 부숴지지 않고 성한 것은 2개 뿐이다"며 "집안의 평화를 위해서 새벽부터 마트에 가서 줄을 서고 지방에 있는 후배들에게 부탁도 해서 겨우 건졌다"며 허탈해 했다.
채준기자 doorian@sporbiz.co.kr
채준 기자 doorian@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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