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와 이모, 동생을 자신이 만든 불법 도박사이트 운영에 가담시킨 20대가 구속됐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해외에 서버를 둔 스포츠 도박사이트를 만들어 수십억원을 챙긴 혐의(국민체육진흥법 위반)로 총책인 곽모(29)씨 등 2명을 구속하고, 곽씨의 어머니 김모(53)씨와 이모(50), 동생(27) 등 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1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곽씨는 2013년 9월부터 최근까지 태국과 필리핀에 서버를 둔 ‘킹덤로드’라는 스포츠토토 형태의 도박사이트를 운영하면서 회원들로부터 도박자금 1,100억원을 받아 이 중 75억원의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곽씨 가족은 4,000여명의 회원을 모집해 이들에게 5,000∼50만원의 베팅을 하게 한 뒤 승패를 맞추면 최대 500만원의 배당금을 지급하는 수법을 썼다.
조사결과 곽씨는 2013년 필리핀 유학시절 현지를 거점으로 활동한 도박사이트의 조직원으로 아르바이트를 하며 범죄의 늪에 빠진 것으로 드러났다. 3개월 간 범죄조직에서 돈을 번 곽씨는 스스로 도박사이트를 운영할 계획을 꿈꿨고 친구 송모(29ㆍ구속)씨와 박모(30)씨에게 각각 프로그램 관리와 사이트 홍보를 맡기는 등 구체적인 운영 구상에 들어갔다.
문제는 초기 자금이었다. 해외 서버를 확보하고 프로그래머를 관리해야 할 돈이 필요했던 곽씨는 어머니에게 “돈을 많이 벌 수 있다”며 자금을 대 달라고 졸랐다. 어머니는 직업을 구하지 못하는 아들이 안쓰러워 불법인줄 알면서도 1억5,000만원을 건넸고 사이트 개설 이후에는 수익금을 도맡아 관리하는 등 범행에 적극 가담했다. 곽씨는 형편이 어려웠던 이모도 끌어들여 회원들이 송금한 도박자금을 인출하는 역할을 맡겼다. 무직인 동생 역시 어머니와 형으로부터 불법 수익금을 받아쓰다가 입건됐다.
국민체육진흥공단의 의뢰를 받아 수사에 나선 경찰은 곽씨 자택에서 발견한 3억3,105만원을 압수하는 한편 달아난 일당 6명을 쫓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해당 사이트를 통해 상습ㆍ고액 도박을 한 회원들도 추적 조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김현빈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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