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콘텐츠의 힘이 통했다. 1980년 대 청춘들을 무대 위로 소환한 수성아트피아 자체제작 뮤지컬 ‘미스코리아’가 지난 17~20일 총 5차례의 공연에서 3,000여 명의 관객을 만났다. 일개 구 단위에서 제작한데다 인지도가 낮은 창작뮤지컬, 게다가 초연임에도 불구하고 수성아트피아 용지홀 객석을 가득 채우는 등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제작비 2억 원의 소형 작품이지만 관객들의 뜨거운 반응을 통해 그 가능성을 인정받았다는 평가다.
박영실(52ㆍ여ㆍ대구 동구)씨는 “화염병이 날아다니고 최루가스가 자욱한 경북대 캠퍼스와 지금의 남편과 데이트하던 수성못 포장마차를 보니 마치 그 때로 돌아간 기분이었다”며 “나의 추억처럼 공감할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김재현(26ㆍ대구 달성군)씨는 “여러 세대가 함께 볼 수 있는 작품이라 좋았다”며 “40, 50대에게 추억여행이라면 젊은 세대에게는 아날로그 정서를 느낄 수 있는 시간으로 진짜 미스코리아를 볼 수 있어 더 즐거웠다”고 말했다.
뮤지컬 미스코리아는 케이블방송 드라마 ‘응답하라 1988’처럼 80년대 청춘들의 이야기를 그린 쥬크박스 뮤지컬이다. 미스코리아와 대학가요제란 아이콘을 2시간 30분간 무대 위에서 압축해 보여주었다.
연출을 맡은 남미정(47)감독은 “중년들은 자신이 대단한 구석이 없는 사람이라 여기는 경향이 있다”며 “개인적인 이야기지만 시대상을 배경으로 보여주며 격동의 시대 속에서 평범한 삶은 지킬 수 있었던 것은 기적과도 같다며 우리 모두 ‘특별한 인생’이란 응원 메시지를 보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번 성공의 배경에는 지역 관객과 호흡을 같이 해 온 ‘극단 수성아트피아’ 소속 배우들의 힘이 컸다. 그들은 주인공들의 현재 모습을 연기했다. 수성아트피아 아카데미 등을 통해 입문해 ‘비 내리는 고모령’ 등에 출연하며 내공을 쌓아왔다. 남 감독은 “전문 배우라도 그들만큼 대구의 정서를 자연스러운 사투리에 녹여낼 수 있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며 “또 아는 사람이 나온다는 기대감과 배우들의 홍보로 지역민들이 더 쉽게 뮤지컬에 다가올 수 있다”고 말했다.
작품을 기획한 유원희 수성아트피아 관장은 “지역 발 뮤지컬이 가능성이 있단 걸 보고 싶었다”며 “전국 순회공연이나 해외 공연도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배유미기자 yu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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