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의 공습으로 레바논 시아파 무장정파 헤즈볼라 지휘관 사미르 쿤타르가 사망했다고 현지 언론들이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헤즈볼라가 즉각 보복을 공언하면서 양측 간 충돌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헤즈볼라 계열의 레바논 알마나르방송은 이날 “이스라엘 전투기가 19일 밤 시리아 영공을 침입해 4발의 장거리미사일로 다마스쿠스 외곽 자라마나 주택가를 폭격했다”며 “우리의 형제이자 전사인 사미르 쿤타르가 다른 8명의 전사와 함께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쿤타르의 동생도 자신의 자신의 페이스북 글을 통해 그의 ‘순교’를 추모했다.
이번에 사망한 쿤타르는 이스라엘에게 있어 ‘공적 1호’나 다름없는 인물이었다. 쿤타르는 17세이던 1979년 다른 3명의 무장요원들과 함께 이스라엘 북부 해안가의 한 아파트에 침입해 경찰 1명과 4살짜리 여아를 포함한 일가족 3명을 무참히 살해했다. 그는 사건 직후 체포돼 종신형을 선고 받았다.
하지만 쿤타르는 2008년 7월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포로 교환 합의로 수감된 지 29년 만에 석방됐다. 당시 양측은 헤즈볼라에 납치된 뒤 사망한 이스라엘군 2명의 유해와 쿤타르 등 헤즈볼라 수감자 5명을 교환했다. 쿤타르는 시리아 정부로부터 국가 최고훈장을 받는 등 영웅 대접을 받았지만 비판여론에 직면한 이스라엘은 보복을 별러 왔다.
쿤타르는 이후 헤즈볼라 고위 간부로 활동하다가 5년 전 시리아 내전이 발발한 뒤에는 친정부 무장조직들을 규합해 국가방위군(NDF)을 이끌어온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지난 9월 이란과 시리아의 지원을 받아 골란고원에서 헤즈볼라의 하부조직을 지휘하고 있다며 쿤타르를 테러리스트 명단에 올렸다.
이스라엘 정부는 쿤타르 사망 소식에 대해 환영의 뜻을 밝히면서도 공식 입장을 내놓지는 않았다. 요아브 갈란트 건설주택장관은 라디오방송 인터뷰에서 “사미르 쿤타르 같은 사람이 이 세상에 없는 건 좋은 일”이라면서도 “그 어떤 것도 확인하거나 부인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은 시리아 반군조직으로부터 쿤타르의 소재와 관련한 정보를 전달받은 뒤 비밀리에 전투기들을 출격시켜 헤즈볼라 기지를 폭격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리아 정부군과 헤즈볼라 측은 즉각 “보복 공격을 통해 쿤타르의 죽음을 헛되지 않게 하겠다”고 공언했다. 이에 따라 이스라엘과 헤즈볼라ㆍ시리아 사이에 충돌이 일어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사에드 하산 나스랄라 헤즈볼라 지도자는 21일 쿤타르의 사망과 관련한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을 예정이라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양정대기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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