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미국 세터데이나이트라이브(SNL)을 비롯한 유명 코미디 사이트들이 50년간 사랑 받아 온 크리스마스 캐럴 ‘Baby it’s cold outside’가 데이트 강간을 연상시킨다며 풍자 영상을 잇따라 만들었다. 워싱턴포스트는 20일 “오랫동안 낭만적인 멜로디로만 기억된 캐럴 중에 부적절한 가사를 담고 있는 노래가 있다”며 “성범죄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요즘 시대에 불려서는 안 될 노래”라고 평가했다.
뮤지컬 ‘아가씨와 건달들’의 음악감독 프랭크 루소(Frank Loesser)가 1940년에 작곡한 ‘Baby it’s cold outside’는 남녀 듀엣곡으로, 집에 가고 싶다는 여자에게 남자가 “밖은 추우니 같이 있자”고 끊임없이 떼를 쓰는 내용이다. 여러 가수의 리메이크와 미국 드라마 ‘Glee’에 삽입됐고, 국내에서는 에일리와 성시경의 듀엣곡으로 대중에게 꾸준한 사랑을 받아 왔다. 실제 작곡가는 부인을 생각하며 곡을 썼다. 하지만 원곡자의 의도와는 달리 가사가 연말 분위기에 심취해 남성이 일방적으로 여성에게 불순한 의도를 가지고 추근대는 실제 상황과 닮았다는 점에서 데이트 강간을 연상시킨다.
미국 코미디 동영상 사이트 퍼니올다이(Funny or die)가 제작한 영상에도 두 배우가 등장한다. 함께 ‘Baby it’s cold outside’를 부르며 노골적으로 여자를 어떻게 해보려는 심산으로 남자가 음료에 약을 타고 방 안에서 도망가는 여자를 잡으러 뛰어다니기도 한다. 심지어 여자의 몸을 테이프로 감는 행위까지 서슴지 않는 모습을 담았다. 실랑이 끝에 여자는 남자의 머리를 옆에 있던 막대기로 때려 기절시키고 시청자를 향해 “이 노래가 완전히 부적절한 노래라는 점을 알리고 싶다”고 외치고 퇴장한다.
SNL도 19일 방송에서 이 곡을 직접적으로 ‘강간’과 연결 지었는데, 여기서는 남자 배우가 1980년대의 스타 코미디언이자 강간범으로 유명한 빌 코스비로 분장해 풍자의 강도를 더 높였다. 코스비는 당시 자신의 유명세를 빌미로 유명하게 만들어주겠다며 숱한 여성들을 강간했다. 아래 영상 3분 30초에 등장하는 코스비역의 남자는 여자가 “술에 무언가를 넣었냐”고 묻자, “직장에서 원하는 걸 얻을 수 있게 도와주는 마법 약이 들었다”고 답하며 자신의 지위를 미끼 삼아 여성과 잠자리를 하려는 의도를 드러낸다.
워싱턴포스트는 “‘Baby it’s cold outside’처럼 여자는 항상 ‘거부’하고 남자가 ‘설득’하는 구도의 캐럴이나, ‘Santa baby’ ‘I saw mommy kissing santa’와 같이 로맨스와 성관계를 연상시키는 캐럴이 아직도 공공장소에서 불리고 있다”고 지적하며 “SNL처럼 문화적으로 파급력이 있는 매체에서 다뤄진 만큼 캐럴을 선곡할 때도 주의하자“고 권했다.
전영현 인턴기자(한양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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