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이 배럴당 35달러 아래로 떨어졌다. 40달러선이 무너진 지 불과 3주만이다. 국제유가 하락으로 국내 주유소 휘발유 가격이 내려갔다. 주유소 판매가격은 콜라보다 싸졌고, 세금을 뺀 세전가격도 생수보다 저렴해졌다.
● 국내 휘발유, 콜라보다 싸다…세금 빼면 생수보다 저렴
21일 유가정보 제공 사이트 오피넷과 한국소비자원 참가격 사이트에 따르면 12월 세 번째 주 기준 전국 주유소 평균 휘발유 판매가격은 ℓ당 1,434.8원이다. 대형마트, 기업형슈퍼, 편의점 등에서 판매되는 코카콜라 1.5ℓ의 가격은 평균 2,648원이다. ℓ당 1,765.3원 꼴이다. 휘발유 1ℓ가 같은 양의 콜라보다 330.5원 싸다. 1년 전만 해도 휘발유가 콜라보다 비쌌지만 반 토막 난 국제유가의 영향으로 가격이 역전됐다.
국제유가는 국내 생수의 반값으로 떨어졌다. 18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내년 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158.9ℓ)당 34.7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ℓ당 가격은 0.22달러(약 260원)다. 반면, 참가격에 따르면 국내시장 점유율 1위인 삼다수 2ℓ짜리 6개 묶음 가격은 5,583원으로 ℓ당 465.3원이다. 국제유가가 삼다수 가격의 56%에 불과한 셈이다. 다만, 석유 정제제품인 휘발유 가격이 원유보다 비싼데다 판매가격의 약 60%에 달하는 세금까지 붙기 때문에 국내 휘발유 판매 가격은 생수보다 약 3.1배 비싸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생수 가격이 500㎖당 250원에서 1만원대인 반면 세금(판매가의 약 60%)을 뺀 국내 휘발유의 세전가격(500㎖ 당 약 290원)은 생수와 비슷하거나 훨씬 저렴하다. 이 때문에 소비자들은 휘발유 세전가격 보다 비싼 생수를 문제 삼으며 원가 공개를 거부하는 생수 제조 업체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미국에서 휘발유는 콜라는 물론 우유보다 싸다. 미국에서는 휘발유 값 하락폭이 다른 나라보다 훨씬 크다. 미국 노동부 산하 노동통계국(BLS)의 소비자물가지수(CPI) 자료에 따르면 11월 미국의 일반 무연휘발유 평균 가격은 갤런(3.785ℓ)당 2.2 달러로 같은 양의 우유(3.3달러)의 3분의 2 수준으로, 2014년 7월 이후 18개월 연속 우유 가격 이하로 맴돌고 있다.
미국 휘발유 가격 하향세는 이달 들어서도 여전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일(현지시간) 미국 자동차협회(AAA)를 인용해 미국 휘발유 가격이 갤런당(약 3.785ℓ) 2달러 밑으로 떨어져 올해 미국인들이 1,000억 달러(117조8,500억원) 이상을 절약하게 됐다고 보도했다. 운전자 1인당 550달러(64만8,000원)를 절약하게 된 셈이다.
● 국제유가 배럴당 20달러대 전망 속출
이런 가운데 국제유가는 앞으로도 계속 하락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세계 석유시장의 공급과잉이 좀처럼 해결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대형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공급과잉이 심화돼 원유 가격이 배럴당 20달러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보고서를 최근 내놨다. 또 국제유가 하락은 미국을 중심으로 원유 생산량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내년 4분기에야 멈출 것이라고 전망했다. 씨티그룹도 최근 보고서에서 산유국들의 석유생산이 저장능력을 초과할 정도로 과도하게 늘어나면 WTI가 배럴당 20달러대로 추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캐나다, 이라크, 멕시코산 원유는 이미 20달러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멕시코 원유는 지난 15일 배럴당 28달러 이하로 거래되며 11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서부 캐나다산 원유도 22달러 아래로 거래되고 있으며 이라크는 아시아 국가들에 원유를 배럴당 25달러씩 수출하고 있다.
국제유가를 둘러싼 환경이 1986년이나 1998년과 닮았다는 분석도 있다. 1986년 3월 31일 WTI 가격은 배럴당 10.42달러로 떨어지며 최근 30년간 최저치를 기록했다. 1998년 12월 10일에도 배럴당 10.72달러까지 떨어졌다. 당시에도 산유국들은 현재처럼 경제위기로 인한 수요감소 상황에서도 감산을 기피했다.
증권사 관계자는 "OPEC 국가들끼리 '치킨게임'을 계속한다면 국제유가는 사우디아라비아의 평균 생산원가인 27달러 내외까지 하락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김성환 기자 spam001@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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