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배우 톰 하디가 '친절한 톰 아저씨' 톰 크루즈를 능가하는 팬서비스로 깊은 인상을 남기고 돌아갔다.
하디의 이번 4박 5일 내한 일정은 보통의 할리우드 스타와 행보를 달리했다. 시작부터 '우발적'이었다. 지난 17일 밤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극비리에 입국해 신출귀몰한 모습을 보였다. 주연을 맡았던 영화 '레전드'가 지난 10일 개봉됐기 때문에 홍보 차원으로 내한했다고 여길 수 있다. 하지만 영화 배급사·홍보사도 하디의 입국 사실을 몰랐다. 일과 관계된 사람에게는 전혀 알리지 않고 한국을 찾아왔다.
국내에 머무는 동안에도 하디의 독자 행보는 계속됐다.
하디는 이태원·홍대처럼 젊은이들이 많이 모이는 번화가와 경복궁 등 서울 명소를 거리낌 없이 활보했다. 19일에는 한남동 현대카드 언더스테이지에서 열린 더 모노톤즈 콘서트를 즐겼다.
'레전드' 관계자들은 "언제 어디서 누구와 함께하는지 전혀 알려주지 않아 애를 먹었다"며 "우리도 목격한 팬들이 올린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동선을 파악했다"고 말할 정도다.
하디가 국내 영화 관계자와 입을 맞춘 유일한 일정은 '레전드'의 상영관 무대 인사다. 이마저도 하디가 먼저 무대 인사를 하고 싶다고 제안해 성사된 일이다. 극장을 찾은 시각을 보면 요란한 홍보를 피하려는 마음이 엿보인다. 하디가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 도착한 때는 20일 밤 11시 무렵, 비교적 한산한 일요일 밤에 나타나 상영관에서 무대 인사를 가졌다.
하지만 하디의 출몰 소식은 SNS를 통해 빠르게 전파되며 극장 안은 금세 300여 명의 팬으로 들어찼다. 넘치는 인파에 하디는 웃으며 "10명씩 조를 짜서 줄을 서시오"라고 할 정도로 거의 모든 팬들과 교감하려고 했다. 예상치 못한 하디의 친절 서비스에 관객들도 밤이 깊어가는 줄 모르고 즐거워했다. 사인과 사진 촬영은 다음날 새벽까지 이어졌다.
한국 첫 방문부터 깜짝 선물처럼 다녀간 하디는 21일 오전 11시께 출국을 위해 인천국제공항을 다시 찾았다. 공항에서도 하디의 팬 서비스는 빛을 발했다. 하디를 알아본 인파들의 사인 공세에 당황하지 않고 응대하며 공항은 일순간 사인회장으로 변했다. 한참을 사인을 하고 나서야 하디는 여권을 손에 쥐고 출국장으로 들어갔다.
심재걸 기자 shim@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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