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하락세의 원인으로 산유국의 증산, 엘니뇨가 꼽힌다. 1986년과 1998년 상황과 비슷하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세계 석유시장의 공급과잉이 계속됨에 따라 국제유가가 배럴당 20달러대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을 속속 내놓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원유 가격이 배럴당 20달러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는 내년 4분기 미국을 중심으로 원유 생산량이 줄어들 때까지 계속될 것으로 봤다.
씨티그룹도 최근 보고서에서 산유국들의 석유생산이 저장능력을 초과할 정도로 과도하게 늘어나면 WTI가 배럴당 20달러대로 추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측했다.
캐나다나 이라크, 멕시코산 원유는 이미 20달러대에서 거래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이 1986년과 아주 유사하다고 입을 모은다.
1980년대 초 세계경제는 미국 금리의 폭등으로 유가를 포함한 상품가격이 고점 대비 40% 추락했다.
이에 따라 1983년 멕시코의 부도에 이어 아르헨티나, 브라질, 나이지리아, 필리핀, 터키 등 주요 신흥시장의 부도가 이어졌다.
반면 북해산 원유생산은 최고 수준을 유지했고 러시아도 계획경제의 파산을 막기 위해 석유를 최대한으로 퍼 올렸다.
이러한 공급과잉으로 1986년초 WTI는 배럴당 31.75달러에서 3월 31일 배럴당 10.42달러까지 폭락했다.
OPEC내 최대 원유생산국이었던 사우디아라비아는 당시 북해산 브렌트유에 대응해 원유 생산량을 하루 1,000만 배럴에서 250만 배럴로 줄였다.
그러나 다른 산유국들의 비협조적 태도로 가격방어에 실패한 후 사우디 역시 증산을 단행했다. 결국 유가는 계속 떨어졌다.
이 시기 적도 부근에서 엘니뇨 현상이 발생해 세계적으로 수요도 떨어졌다.
1986년 말이 되서야 OPEC의 감산 결정에 따라 유가는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1990년대 말도 비슷한 상황이 있었다.
1994∼1995년에 멕시코발 금융위기는 아르헨티나, 볼리비아, 브라질 등 남미로 옮겨갔다. 이어서 1997∼1999년에 아시아에서도 잇따른 외환위기가 나타났다.
이러한 신흥국의 경제위기에 따른 수요 급감과 베네수엘라의 1990년대 후반 원유 증산, 그리고 자국의 점유율을 지키기 위한 사우디의 증산 동참에 WT는가 배럴당 10달러대로 떨어졌다.
최저가는 1998년 12월 10일 기록한 배럴당 10.72달러다.
이는 1998년 베네수엘라에서 우고 차베스 대통령이 대통령 당선에 따라 수립된 사회주의 정권이 감산을 단행하고 나서야 상승세로 돌아섰다.
이런 일이 발생한 1997∼1998년 당시에도 적도 부근에서 역대 최고의 엘니뇨 현상이 발생해 세계적인 이상기온 현상이 발생했다.
김재웅 기자 jukoas@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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