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둥이' 친구들이 올해도 어김없이 한 자리에 모였다.
2006년 쿠바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 우승 멤버인 1988년생 동기들은 지난 20일 오후 5시부터 서울 중구 신당동에 있는 음식점 '주전자'에서 자선 일일호프를 열었다. 김광현(SK), 양현종(KIA)을 비롯해 이재곤(롯데), 김선빈, 이용찬(이상 상무) 등은 '두환아, 사랑愛(애) 일일호프'로 이름 지은 이번 행사에서 직접 음식 주문과 서빙을 하고 이벤트를 진행했다.
올해로 세 번째를 맞은 행사는 2012년 12월 세상을 떠난 전 프로야구 선수 이두환을 추모하기 위해 만들었다. 이두환은 1988년생 동기들과 2006년 세계선수권 정상에 오르는 기쁨을 누리고 2007년 두산에 입단한 기대주 타자였다. 그러나 2011년 KIA 이적 후 대퇴골두육종 진단을 받고 투병 생활 끝에 생을 마감했다. 이후 '88둥이'들은 먼저 떠난 친구를 기리며 경기에 나설 때마다 이두환의 영문 이름 이니셜인 'DH'를 모자에 새기고 뛰었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뜻 깊은 자리에 함께 할 수 있도록 발 벗고 나선 이는 김광현이다. 그는 "처음에 홍보가 잘 안 될까 걱정했다"며 "의미 있는 일을 하기 때문에 더 많이 알려졌으면 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에는 결혼도 하고 미국에 머물고 있을 때라서 참석을 못했다"며 "올해는 (양)현종이가 결혼을 준비하느라 바빴기 때문에 홍보가 잘 될 수 있도록 더욱 신경을 썼다. 나보다는 (2006년 대회 당시 주장) 김강이 준비를 다 했다"고 덧붙였다.
김광현의 우려와 달리 음식점은 팬들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행사 수익금은 암 환우를 위해 쓰인다. 김광현은 "한 해 한 해 지나면서 두환이가 점점 잊혀져 가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될 때도 있다"면서 "앞으로도 매년 행사를 개최할 것이다. 더욱 큰 장소에서 많은 사람들을 불러 함께 하고 싶다"고 희망했다.
이두환과 특히 돈독한 우정을 드러냈던 양현종은 이날 처음에는 참석을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19일 광주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신혼여행을 간 줄로만 알았다. '88둥이'들도 그렇게 알고 분주하게 움직였다. 그런데 행사 시작 후 한 시간 반쯤 지났을 무렵 양현종이 음식점 문을 열고 들어왔다. 친구들은 물론 자리에 있던 손님들도 모두 깜짝 놀랐다.
양현종은 "아무한테 말도 안 하고 몰래 왔다"며 웃은 뒤 "바로 밤 10시 기차를 타고 광주로 내려가야 한다"고 말했다. 도착하자마자 사진 촬영과 사인을 하느라 정신 없었지만 일일이 미소를 지은 채 밝은 분위기를 연출했다. 양현종은 "아내가 먼저 가보라고 했다"면서 "1년에 한 번 열리는 중요한 자리인데 빠지면 되나 싶었다"고 말했다.
세계선수권 우승 멤버는 아니었지만 '88둥이' 친구로 박윤(SK)도 지난해부터 이 행사에 꼭 자리했다. 박윤은 "김남형(전 넥센)이 같이 하자고 해 함께 하고 있다"며 "우리 모두 친구를 생각할 수 있는 모임이 된 것 같아 뜻 깊다"고 참가 배경을 설명했다.
사진=서빙 중인 김광현(왼쪽)-김선빈.
김지섭 기자 onion@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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