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장석 넥센 대표.
넥센이 '고척 스카이돔' 시대 준비에 한창이다. 당장 눈 앞의 성적이 아닌 10년을 내다보는 운영으로 새 시대를 열 계획이다.
2008년 창단 후 목동구장을 홈으로 썼던 넥센은 내년 시즌부터 국내 최초 돔 구장인 고척돔으로 이전한다. 구장 내 인테리어가 마무리되고, 서울시와 협의 중인 운영권과 광고권 합의가 이뤄지면 본격적으로 '이사'에 나설 예정이다. 넥센 구단 관계자는 "늦어도 내년 2월 초에는 이전을 마무리하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새로운 출발선에 섰다. 하지만 '결과'에 급급해하지 않는다. 이장석 넥센 히어로즈 대표는 "내년에는 결과보다 과정을 보겠다"고 선언했다. '성적'을 중시할 수밖에 없는 프로팀으로서는 쉽지 않은 방향이다. 하지만 더 먼 미래를 위해 고척돔 첫 시즌에는 더 탄탄한 기초를 닦기로 했다.
이 대표는 "2012년부터 몇 년간 팀을 성장시키면서 지난해와 올해는 우승을 노릴 수 있는 전력을 만들었다. 하지만 지난해 준우승에 그치면서 결국 실패했고, 올해도 4위에 그쳤다"고 돌아봤다. 넥센은 최근 몇 년 동안 가장 놀라운 성장세를 보인 팀이다. 2011년 최하위인 8위에 머물렀지만 2012년 6위를 기록했고, 지난해 정규시즌 2위, 올해 4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최종 목표인 '우승'에는 이르지 못했다. 이 대표는 "그 동안 결과를 보고 가면서 과정을 지나쳤던 부분이 있다. 내년에는 내실을 다지는 데 중점을 두겠다. 결과까지 좋다면 당연히 좋겠지만 우선은 팀을 더 탄탄하게 다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넥센이 현재 처한 상황과도 무관하지 않다. 넥센은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전력 유출이 가장 큰 팀이다. 4년 연속 홈런-타점왕을 거머쥐었던 4번 타자 박병호(미네소타)가 미국 메이저리그로 떠났고, 3번 타자 유한준(kt)과 마무리 투수 손승락(롯데)은 FA(프리에이전트)로 이적했다. 에이스 역할을 톡톡히 해왔던 외국인 투수 밴헤켄은 일본 세이부로 팀을 옮겼다. 마운드와 타선 모두 공백이 만만치가 않다.
모기업이 없는 넥센은 자립이 중요하다. 연일 몸값이 치솟고 있는 외부 FA 시장에 쉽게 뛰어 들지 않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외부 FA 없이도 최근 몇 년간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던 데는 유망주들의 성장이 한 몫을 했다. 당장 내년에는 성적을 내지 못하더라도 가능성 있는 유망주들을 키워 전력을 끌어 올리겠다는 계산이다. 이 대표는 "이름을 말 할 수 없지만 3년차 이내 선수들 중 12명 정도에게 기대를 가지고 있다. 이들이 성장해 자리를 잡는 시기를 기대하고 있다. 서건창이 주장으로 선임된 것도 이런 맥락에서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2011년 말 테스트를 통해 넥센에 입단한 서건창은 올해 스물여섯의 나이에 주장 완장을 차며 '젊은' 히어로즈의 색깔을 더욱 확실히 했다.
기회를 받은 유망주들이 성장하면 넥센은 더욱 다양한 자원을 확보하게 된다. '과정'이 확실하면 '결과' 또한 따라오게 된다. 이 대표는 "내년 시즌 목표를 숫자로 말하긴 어렵다. 하지만 지금 당장보다 팀을 더 탄탄하게 만들어 10년 내에 3~4차례 우승할 수 있는 팀으로 만드는 게 목표다"고 밝혔다.
김주희 기자 juhee@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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