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시 사각 속 기부단체

기부금 30억 이상 법인 45곳 중
19곳은 인건비를 사업비 잘못 분류
분류 맞게 조정 땐 효율성 20% 뚝
7곳은 기본 공시 항목도 빠뜨려
국세청 감독 담당 인원은 2명뿐
"자료 일일이 확인 사실상 불가능"
공익법인 평가기관도 1개에 그쳐

본보는 기부금 30억원 이상 대형 공익법인 45곳이 개정된 국세청 공시양식에 따라 올린 공시내용을 바탕으로 각 단체의 효율성을 분석했다. 그 결과 전반적으로 나쁘지 않은 평가가 나왔지만 상당 부분 착시효과에 기인한 것이라는 결론이 도출됐다.

실제로 공시내용을 자세히 분석해보니 사업관리비에 포함해야 할 인건비를 사업비로 잘못 분류한 곳이 19곳이나 됐다. 이렇게 하면 효율성이 올라가는 효과가 생긴다. 기본 공시항목을 누락한 곳도 7곳이었다. 다행히 정상적으로 신고한 나머지 19곳의 경우 미국에서 권장하는 사업관리비 비중 35% 이하인 곳이 15곳으로 효율성이 대체로 양호한 편이었다. 푸르메(43.9%), 대한적십자사(45.0%), 대한사회복지회(63.2%), 홀트아동복지회(63.5%) 등 사업관리비 비중이 높은 4곳도 원래 인건비가 많이 드는 아동복지시설이나 의료기관 등을 직접 운영하고 있는 단체라 예외를 인정할 수 있었다. 어쨌든 45곳 전체적으로 볼 때는 효율성이 의심되는 대목이 한두 군데가 아니었다.

인건비 사업관리비로 대입해봤더니

국세청은 올해부터 ‘고유목적사업 필요경비 세부현황’에서 사업비와 사업관리비를 구분해 공시하도록 하고 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공익법인 운영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인건비(급여+퇴직급여)를 어느 항목에 분류하느냐다. 현재 국세청은 급여 항목을 사업관리비 아래 포함시키고 있다.

하지만 이번 조사 결과 19개 공익법인은 인건비를 사업비로 편입시켜 잘못 신고했다. 공시대로라면 19개 법인의 평균 효율성은 88.2%로 집계돼 운영의 효율성이 매우 뛰어났지만 현실을 제대로 반영한 결과가 아닌 셈이다.

가령 사회복지법인 어린이재단의 경우 지난해 고유목적사업 총 지출 1,391억원 중 사업비로 1,368억원을 지출한 것으로 신고해 효율성이 무려 98.35%에 달했다. 그러나 인건비를 살펴 보면 이는 현실과 괴리가 있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이 단체의 사업관리비 23억원 중 인건비 17억원을 직원수 1,120명으로 나누면 1인당 연간 인건비는 고작 151만원밖에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원래 어린이재단의 정규직 초임은 연봉 2,600만원이다. 모든 직원이 초임 수준과 비슷하게 받는다고 가정해 단순 계산해도 291억원(2,600만원*1,120명)이 인건비로 들어간다. 이런 기준으로 보면 어린이재단의 사업관리비 비중은 1.65%에서 21.36%로 늘어나 효율성 지표는 자연스럽게 78.64%로 떨어지게 된다. 나머지 공익법인들도 인건비를 업계 정규직 초임 수준인 2,600만원을 기준으로 사업관리비에 대입해 재조정했더니 효율성이 평균 70.2%로 20% 가까이 하락한 결과를 볼 수 있었다.

해당 공익법인들이 효율성을 부풀리기 위해 고의적으로 인건비를 사업비로 분류했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오히려 취재과정에서 만난 상당수 공익법인 관계자들은 ‘인건비의 성격상 사업비로 볼 여지가 있다’거나 ‘일시적인 실수 때문’이라고 항변했다. 한국컴패션 관계자는 “총 사업비의 1% 미만인 편지 관련 업무 인건비만 사업비로 분류했고 감사보고서를 통해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며 “이를 사업관리비에 더해도 효율성이 86.8% 이상으로 계산된다”고 설명했다. 어린이재단 관계자는 “사회복지법인 회계기준에 따라 기존 방식대로 60여개 산하기관에서 발생하는 인건비는 모두 사업비로 편입시켰다”며 “중도에 공시양식이 변경돼 이미 결산이 끝난 것을 바꾸기 어려워 빚어진 현상”이라고 해명했다.

부실 공시 비판 면키 어려워

기본 공시 항목을 누락하는 초보적인 실수를 한 곳도 7곳이나 됐다. 사회복지법인 구세군복지재단의 급여는 88억원으로 기록됐지만 직원수는 달랑 1명만 기입됐다. 구세군 관계자는 “법인과 시설 직원들을 합쳐 391명이지만 회계 담당 직원이 바뀌면서 생긴 실수”라고 해명했다. 이 단체는 지난해에도 결산서류가 부실해 검증대상에서 제외됐는데 또 실수가 반복된 것이다. 한국백혈병어린이재단은 사업비, 사업관리비를 모두 ‘0’으로 기재해 분석이 불가능했다. 사업비와 사업관리비의 개념을 혼동해 한 쪽으로 비용을 몰아 넣은 단체도 4곳이나 됐다. 한국해비타트, 마리아수녀회, 유니버설문화재단, 기독봉사회 등이다. 한국해비타트 관계자는 “감사보고서 상 프로그램비, 관리비, 모금비 등이 크게 사업비 항목에 들어가지만 공시양식과는 달라 제출할 때 이를 모두 사업비로 몰아 넣은 것 같다”고 해명했다. 정무성 숭실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수십억이 넘는 기부금을 받는 단체들이 공시에 충실하지 못했다는 것은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못한 것”이라며 “아직도 일부 계정과목에서 고의로 누락하는 단체들도 있는 만큼 실정에 맞게 양식을 개정해가고 단체들도 이를 따라야 건전한 기부 생태계를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손 놓고 있는 당국, 감시 기능 상실

이 같은 공익법인들의 실수 연발에는 당국의 책임도 무겁다. 공익법인의 수는 올해 기준 2만9,849개로 3만개 돌파를 눈 앞에 두고 있지만 결산서류 감독권한을 가지는 국세청 법인세과 담당 인원은 단 2명에 그친다. 국세청 관계자는 “제3자의 제보가 있지 않은 이상 수천여개에 달하는 공시자료를 일일이 확인해 검토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하소연했다.

외부감시 기능이 미약한 것도 문제다. 기부 선진국 미국의 경우 공익법인 평가기관만 171개에 이르는 것과 달리 국내에는 한국가이드스타가 유일하다. 공익법인들이 “공시자료에 빠진 항목이 있어도 이제껏 한번도 제재를 당하거나 시정하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고 입을 모으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주인기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는 “민간의 감시기능이 부족한 국내 현실에서 담당 부처마저 감시역할을 손 놓고 있으면 단체들이 자정기능을 발휘하기 어렵다”며 “자동프로그램을 통해 단체들을 지속적으로 감시하고 불성실 공시 적발 시 3진아웃제를 도입하는 등 보다 엄격하게 기부단체를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정준호기자 junhoj@hankookilbo.com

양진하기자 realhan@hankookilbo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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