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광화문 3차 민중총궐기 놓고
“미신고 집회… 주최측 사법처리”
과도한 법 적용에 ‘옥죄기’ 비판
퇴직경찰단체 집회신고 알박기 의혹
경찰이 문화제 형태로 열린 3차 민중총궐기 대회를 미신고 불법집회로 규정했다. 폭력과 도로점거 등 불법 행위가 없었음에도 문화제를 벗어난 일부 내용을 문제 삼아 주최 측에 법적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어서 집회ㆍ시위의 자유를 과도하게 옥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민중총궐기투쟁본부는 19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2,500여명(경찰 추산ㆍ집회 측 추산 5,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소요’ 문화제를 열었다. 소요는 경찰이 지난달 열린 1차 민중총궐기 대회 당시 불법ㆍ폭력시위 주도자들에게 소요죄를 적용한 데 대한 항의 표시로 ‘소’란스럽고 ‘요’란한 문화제를 개최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참가자들은 부부젤라나 탬버린, 북 등 요란한 소리를 내는 악기를 흔들며 노동법개악 저지를 외치고, 경찰의 물대포를 맞고 투병 중인 농민 백남기씨의 쾌유를 기원했다. 이날 문화제는 1, 2차 집회 때와 달리 폭력ㆍ불법 행위로 볼 법한 충돌은 눈에 띄지 않았다.
그러나 경찰은 이날 문화제가 “집회의 주된 목적과 진행 내용, 참가자들의 행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문화제를 빙자한 미신고 불법집회로 판단된다”며 주최 측에 대한 사법처리 방침을 밝혔다. 경찰은 참가자들이 정치성 구호가 적힌 플래카드와 손 피켓을 든 점, 발언자 대부분이 정치적 언급을 한 점 등을 불법 사유로 제시했다. 또 행사 주최 측인 김정열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사무총장이 “다른 어떤 집회보다 더 뜨거운 집회로 만들려 했다”고 말한 사실 자체가 문화제가 아닌 ‘집회’를 자인한 셈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현행 집회와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이 내용보다는 형식 규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경찰의 법 적용이 지나치게 경직됐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박주민 변호사는 20일 “집시법은 다수인이 모여 의사표현이 과격해 질 수 있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만들어졌다”며 “형식의 타당성을 따져야 할 법령을 내용 규제로 몰고 가기 시작하면 검열과 다를 게 없다”고 성토했다. 공익인권변호사 모임인 희망을만드는법 김동현 변호사도 “주최자가 판을 짜거나 행위를 선동하지 않은 상황에서 일부 행위자의 우발적인 발언을 근거로 사법처리를 강행하려는 것은 과도한 법 해석”이라고 지적했다.
오히려 경찰이 관변 단체를 동원해 집회의 자유를 제약했다는 의혹도 나왔다. 당초 이날 서울광장에서는 재향경우회가 1,500명이 참석하겠다고 신고한 역사교과서 국정화 관련 집회가 열릴 예정이었지만 아무도 나타나지 않아 광장은 텅 비었다. 앞서 경찰은 경우회 집회와 시간ㆍ장소가 겹친다는 이유로 3차 집회 신고에 금지통고를 했다. 이에 따라 시민사회 진영에서는 “현행법 상 집회 신고를 하고 이행하지 않더라도 처벌이 없는 규정을 악용해 이른바 ‘알박기’로 정당한 집회를 방해했다”는 비난이 들끓고 있다.
퇴직 경찰들의 모임인 경우회는 2008년 광우병 파동 때부터 불법시위 근절과 강력한 공권력 집행을 내세우며 보수단체와 보조를 맞추고 있다. 이에 대해 경우회 관계자는 “서울광장에 스케이트장이 개장됐고 분위기도 어수선해 행사를 개최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고 판단했다”며 ‘알박기’ 의혹을 부인했다.
정지용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김경준기자 fre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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