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인터넷 기업 구글이 2011년 시작한 무료 전시 사이트 ‘구글 문화원(http://goo.gl/L1zaKx·이하 문화원)’이 미술품에 이어 클래식음악, 발레, 연극 등 공연으로 분야를 넓힌다. 이 사이트는 전 세계 유명 박물관과 소장품을 ‘구글 스트리트 뷰’로 전후좌우 360도, 최대 70억 픽셀로 소개해 온라인 전시에 일대 혁명을 가져왔다. 붓 터치, 유화의 갈라짐 등 인간의 눈으로 포착하지 못한 부분까지 확대 감상할 수 있어 미술품 감상과 제작방식까지 바꿨다는 평가도 쏟아졌다. 문화원이 미술계에 이어 공연계에도 일대 파란을 일으킬 수 있을까.
문화원은 2일 전 세계 공개한 문화원 공연사이트(https://goo.gl/mJm8Sk)에서 ‘360도 동영상 공연’을 선보였다. 스트리트뷰 기능을 발전시켜 무대 위 아래 지휘자·연주자·가수·배우의 모습을 사용자가 재생하면서 보고 싶은 방향, 지점을 선택해서 볼 수 있게 했다. 전 세계 20여 개국 유수의 공연단체·공연장 60여 곳이 참여했다. 각 예술단체들이 콘텐츠를 제공하고 입체영상 제작과 스트리밍에 필요한 기술과 서버는 구글이 맡는 방식으로 제작됐다.
협업 예술인들의 면면이 화려하다. 베를린 필하모닉이 연주하고 음악감독 사이먼 래틀이 지휘하는 베토벤 교향곡 제9번 리허설,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가 연주하고 음악감독 야닉 네제-세갱이 지휘하는 음악회 실황, 영국 로열 셰익스피어 극단의 '헨리 V세' 리허설, 프랑스 파리 국립 오페라 발레단의 현대무용 리허설 등이 2~5분 길이로 공개됐다. 한국에서는 국립극장, 국립국악원, 국기원이 참여해 공연장과 기획전시, 아카이브 자료 등을 소개한다.
그러나 미술계와 달리 공연계의 반응은 미지근하다. 관객과의 접점이 중요한 장르 특성상 온라인 기술이 아무리 진보해도 공연의 제작과 감상에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김성희 아시아문화전당 예술극장 예술감독은 “전 세계 유명 극장의 내부와 공연을 안방에서 구경한다는 점에서 ‘부르주아 전유물’로 꼽히는 발레, 오페라 등의 진입장벽을 낮추는 효과는 있다”면서도 “미술과 달리 공연은 실시간 관객과의 소통이 성패를 좌우하는데, 관객 요소가 빠진 동영상을 완연한 공연이라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조용신 공연연출가는 “극장에 직접 가서 러닝타임 동안 감상해야 하는 공연은 비효율적이고 불편한 유통 시스템이 만드는 희소성 때문에 가치를 갖는 장르라 구글 문화원이 주류 공연계를 뒤흔들지는 못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윤주기자 mis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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