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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결코 자축할 수 없는 위기 속 국가신용등급 상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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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결코 자축할 수 없는 위기 속 국가신용등급 상승

입력
2015.12.2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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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국가신용등급이 역대 최고치까지 올랐다. 기획재정부는 19일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가 한국 신용등급을 Aa3에서 Aa2로 한 단계 더 올렸다고 밝혔다. Aa2 등급은 무디스 신용등급 체계에서 최고등급인 Aaa과 다음 Aa1에 이은 세 번째 등급으로 최우량에 해당된다. Aa2 이상 등급을 받은 국가는 주요 20개국(G20) 중에서도 우리나라를 포함해 미국 독일 캐나다 영국 호주 프랑스 등 7개국 뿐이다. 중국은 우리보다 한 단계 낮은 Aa3이고, 일본은 두 단계 낮은 A1이다. 하지만 지금은 환호보다는 오히려 신용등급 착시를 경계해야 할 때다.

우리나라 신용등급 상승은 재정 및 대외지급능력의 건전성 덕분이다. 무디스는 우리의 통합재정수지가 2010년 흑자기조를 지속하고 있고, 앞으로도 국내총생산(GDP) 대비 0.5% 내외의 재정흑자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또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도 향후 40%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는 점, GDP 대비 단기외채비중이 과거 50% 수준에서 30% 이하로 감소한 점 등을 평가했다. 그러나 신용등급은 근본적으로 현재 상황에 대한 평가라는 점과 재무적 잣대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경제의 향후 성장이나 발전 전망과는 큰 관련이 없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우리나라 신용등급은 1997년 외환위기 직전에도 상승했다. 내부적으로 기업부채가 급증하고 실물경제가 급격히 악화하기 시작했던 95년, S&P는 한국 신용등급을 A+에서 AA-로 상향조정 했다. 하지만 아시아 외환위기 도미노 속에서 우리 경제의 취약점이 동시다발적으로 드러나면서 끝내 파국을 면치 못했다. 지금 상황도 그 때와 기분 나쁠 정도로 유사하다는 지적이 많다. 신용등급 상승에도 불구하고 한계기업 부채상황은 심각하다. 일본과 중국 사이에서 가격과 기술 경쟁력 모두 쫓기는 샌드백 처지에 몰리면서 수출 등 실물 역시 호전될 기미가 별로 없다.

94~95년 미국 금리인상의 파장이 멕시코와 아시아의 연쇄 외환위기를 촉발시켰던 것처럼, 이번에도 미국 금리인상이 맞물리고 있는 것도 심상찮다. 당장 자원수출 신흥국의 위기설이 나돌지만, 이미 경고등이 켜진 국내 가계부채 등 우리경제의 취약 고리가 앞으로 어떤 위험을 촉발할 지는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와중에 노동개혁법과 경제활성화법 등 일체의 구조개혁 관련 법안들이 국회에 발목 잡혀 있는 것도 그 때랑 비슷하다. 요컨대 신용등급 상승에도 불구하고, 상황을 순식간에 악화시킬 악재 역시 즐비한 게 지금의 엄연한 현실이라는 얘기다. 우리가 신용등급 상승을 경고로 받아들여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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