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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새로운 원전의 가능성

입력
2015.12.20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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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론 머스크와 제프 베조스는 우주항공 산업에 관심과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각각 전기자동차(테슬라)와 전자상거래(아마존) 시장을 개척해낸 성공한 기업인이기에 우주항공산업에 대한 이들의 도전은 일견 의아할 수도 있다. 두 스타 기업인이 천문학적인 투자를 하면서 우주산업에 뛰어드는 이유는 우주산업이 다른 분야의 첨단기술과 결합해 전에 없는 사업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는 통찰이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우주산업이 우주항공기술과 디지털 경제가 결합하는 스마트 스페이스로 넘어가는 단계라고 설명한다. 우리 일상에서 우주산업에 대한 의존도는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위성을 활용한 내비게이션이 대표적이다. 이들 기업은 우주산업을 통해 새로운 부가가치가 창출되는 시장의 큰 흐름을 읽은 것이다. 두 기업의 도전이 향후 어떤 모습으로 소비자들에게 나타날지는 쉽게 상상하기 어렵지만 충분히 기대가 된다.

이 같은 상상력과 통찰력은 에너지 산업에서도 예외일 수 없다. 에너지 시스템은 우리 일상 생활에서 아주 중요한 기반 시설 중 하나이다.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은 인류의 지속가능한 생존과 도전을 위해 필수불가결하다. 각국의 온실가스 감축 노력에 가속이 붙고 과거 거대 발전소에서만 공급하던 전기를 실제 필요한 수요처에서 생산해 사용하는 분산형 전원이 확대되면서 에너지 산업에도 패러다임 변화가 예상된다.

선진국보다 한발 빠르게 우리나라가 시장 창출을 선도하고 있는 스마트 원전에 주목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스마트 원전은 한국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중소형 원전이다. 대형원전 10분의 1 수준의 용량(100MWe)이어서 우선 건설비 투입 규모가 작다. 또한 안전성도 뛰어나고 전력공급뿐만 아니라 해수담수화, 지역난방 등 다목적 활용이 가능한 것도 매력이다.

스마트 원전은 수출을 목표로 개발된 모델이다. 경제적, 지리적 이유로 대형 원전을 건설할 수 없거나 내륙에 원전을 건설해야 하는 국가, 발전 단가가 비싸고 노후된 화력발전소를 대체해야 하는 국가, 물 부족으로 해수 담수화가 필요한 국가 등이 수출 대상이다. 지난 3월 우리나라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원자로 수출을 위한 양해각서를 맺고 최근 사우디 현지에 맞게 상세 설계를 진행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 스마트 원전의 상용화에 한걸음 다가선 것이다. 향후 건설사업이 본격화되면 민간기업의 참여를 통한 고용 창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또 성공적으로 건설을 완료하고 성능을 입증한다면 자연스레 후속 호기 건설과 제3국 진출로 이어져 세계 중소형 원전 시장을 선점할 수 있게 된다.

아울러 중소형 원자로 기술은 우주항공 산업에서도 활용가치가 높다. 우리나라는 2020년까지 한국형 발사체를 개발하고 여기에 달 궤도선을 실어 보낸다는 야심 찬 도전을 선언했다. 소형 원자로 기술은 우주선의 에너지 공급원으로 이용될 수 있다. 또한 장차 현실화될 우주 기지에 충분한 에너지를 공급하는 것까지 생각하면 소형 원자로 기술의 활용가치는 더욱 커진다. 가까운 미래에 우리는 탄소 의존도를 획기적으로 낮추어야 한다. 탄소 의존도가 없는 원자력과 신재생은 안전성과 간헐성이라는 숙제를 안고 있다. 이들 숙제를 서로 바꾸어 도움을 줄 수 있는 창의적인 해결책도 얼마든지 생각해 볼 수 있다. 원자력과 신재생의 시너지도 상상력을 발휘해 볼 분야라고 할 수 있다.

세계 원전 시장은 러시아, 프랑스, 미국, 일본 등이 독과점을 형성하고 있다. 최근에는 중국이 막대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무섭게 질주한다. 하지만 우리도 원전 설계, 건설, 운영에 상당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원자로와 원자력 발전 분야에 집중해 지속적으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그리고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새로운 파트너와 분야를 찾아 상상력과 통찰력 있는 시장을 창출해내야 한다.

정용훈 KAIST 원자력ㆍ양자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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