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그리 정신’만으로 무장한 선수가 세계를 놀라게 하던 시대는 지났다. 첨단 장비들은 1,000분의 1초 차이를 잡아내고, 100분의 1초로 메달의 색깔이 바뀌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달 초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 연맹(IBSF) 월드컵 1,2차 대회에서 잇달아 동메달을 따내며 세계를 놀라게 한 한국 남자 봅슬레이 2인승 원윤종(30)과 서영우(24)의 눈부신 기량 향샹 비결도 바로 스포츠 과학에 있다. 이들은 지난 시즌에 비해 0.02~0.03초 가량 스타트 기록이 단축됐다. 두 선수를 지도한 이용(37) 감독은 “한국스포츠개발원의 도움을 받아 스타트 동작을 분석하는 등 다양한 부분에서 과학기술을 접목시키면서 기록이 향상됐다”고 말한 바 있다. 스포츠가 ‘과학’과 손을 잡아야 하는 이유다.
그간 국가대표 등 엘리트 선수들에게만 제공되던 스포츠과학 서비스가 지역 대표 및 학생 선수들에게까지 확대된다. 국민체육진흥공단(이사장 이창섭) 한국스포츠개발원이 진행하는 ‘지역 스포츠과학 센터’ 사업의 일환이다.
올해 초 한국스포츠개발원이 각 시도체육회에서 신청을 받아 선정한 3개 지역(서울 대전 광주)의 지역 스포츠과학 센터가 지난 9월 문을 열었다. 국가대표 위주의 스포츠과학 지원을 지방 선수와 학생들로 확대함으로써 우수 선수 인프라를 확대하고 궁극적으로 국가 체육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취지다.
세 곳의 지역 스포츠과학 센터에서는 심폐기능 측정시스템과 등속성 근관절 측정시스템 등 국가대표 선수에게만 지원되던 29종, 총 18억원 상당의 정밀 측정기자재가 지역 대표선수들의 경기력 향상을 돕는다.
과학적 훈련을 위한 인적 지원도 탄탄하게 이뤄진다. 각 지역 센터마다 운동생리학, 스포츠심리학 등을 전공한 석ㆍ박사급 센터장 1명, 선임연구원 1명, 연구원 2명이 선수들의 경기력 정보를 분석하고 트레이닝 프로그램 등을 개발한다. 종목별로 심리기술 훈련도 함께 진행된다. 또 한국스포츠개발원에서 국가대표 선수들에게 지원하던 노하우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개발한 측정평가방법, 훈련지원지침 등의 운영 매뉴얼도 지역 스포츠과학 센터에 지원될 예정이다.
지난 9월 개소 이후 약 3개월간 지역 스포츠과학 센터에서 측정 및 처방을 받은 지역 선수들과 학생들은 총 1,625명(서울 632명, 대전 500명, 광주 493명)이다. 당초 목표로 했던 센터별 480명을 넘어선 수치다. 2016년에는 3개 센터 4,800명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 내년에는 3개 센터를 추가로 선정, 총 6개의 지역 스포츠과학 센터를 운영하고 2018년까지 전국 17개 지자체에 지역 센터를 설치하는 것이 목표다.
이창섭(60) 국민체육진흥공단 이사장은 “지역 스포츠과학 센터를 통해 지역의 선수들과 학생들이 어릴 때부터 체계적인 지원을 받음으로써 국가대표 선수는 물론, 더 나아가 세계적인 선수로 성장할 수 있는 토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허경주기자 fairyhkj@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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