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 외의 신은 없으며 무함마드는 알라의 사도이다.”
미국의 한 공립학교가 세계지리 시간에 아랍어로 된 이 문장을 써 오라고 숙제를 내줬다고 지역 사회가 발칵 뒤집혔다. 파리 테러와 미국 샌버나디노 총기 사건 등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테러로 공포감이 커진 상황에서 알라를 유일신으로 가르치려는 듯한 학교 숙제에 분노와 반감이 쏟아진 것이다.
미국 버니지아주 오거스타 지역에 위치한 리버헤드 공립 고등학교가 학생들에게 요구한 세계지리 교과 숙제로 학부모들의 항의가 커지면서 학교가 폐쇄됐다고 CNN이 19일(현지시간) 전했다. 문제의 발단은 이 학교 지리 교사가 최근 학생들에게 아랍어로 된 문장을 적어주면서 직접 손으로 이 문장을 써오라는 숙제를 내주면서다. 아랍어로 된 문장은 이슬람교의 신앙고백인 ‘샤하다’(무함마드가 유일신인 것을 외우는 기도문)였다. 해당 교사는 이 문장을 학생들에게 영어로 번역해서 알려주지 않고 학생들에게 암송하게 하거나 “이것을 믿는다”고 말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녀들이 가져온 숙제를 보고 학부모들은 격분했다. 학생들을 이슬람교로 개종하기 위해 알라를 유일신으로 가르치는 숙제를 내준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학부모를 비롯 이 지역 주민 2만4,000명은 해당 숙제를 내준 여교사의 해고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고, 학교에는 항의의 뜻을 담은 전화와 메일을 보냈다. CNN은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잇따른 테러로 공포감이 커진 상황에서 학교에서 알라를 유일신으로 가르치자 대부분이 기독교인인 학부모들이 분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난 여론에 숙제를 내준 해당 교사는 “세계종교 교재에 나와있는 지도서대로 숙제를 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아랍어 필기체를 손으로 쓰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알려주려 한 것뿐 다른 의도는 없었다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페이스북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논란이 커지자 학교 당국은 17일 샤하다를 세계종교 커리큘럼에서 삭제했으며 학생들을 개종시키려는 의도가 아니었다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학교를 겨냥한 협박 메일이 빗발치자 버지니아 주 오거스타 교육국은 학교를 겨냥한 증오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구역 내 모든 학교를 대상으로 18일까지 휴교령을 내렸다. 협박 메일에는 참수 사진 등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리버헤드 학교 교장인 셰릴 라포트와 일가족은 경찰의 신변보호를 받고 있다고 CNN은 전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