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가 부러지거나 잘려나가면 나무는 재빨리 방어물질을 분비해 곤충과 병원균이 내부로 침투하는 것을 막는다. 상처가 아문 자리에는 어김없이 단단한 옹이가 박인다. 나무에게 옹이는 절체절명의 위기를 잘 넘긴 징표다. 살다 보면 누구나 지우기 힘든 상처 하나쯤은 간직하게 마련이다. 겉으로 드러나는 것이든 속으로 삭아 든 것이든. 상처는 잘못 관리하면 덧나기도 하지만 잘 치유하면 더욱 건강하게 살아가는 계기가 된다. 진학이나 취업을 위한 이력서에는 되도록 아픈 기억은 피하고 쓰지만, 삶의 이력에서 정말 중요한 건 고비마다 생긴 옹이를 새로운 에너지원으로 전환하는 유연함과 당당함이다.
멀티미디어부 차장 choiss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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