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선 사립탐정이 불법이다. 사설 흥신소 같은 데가 있지만, 정확히 무슨 일을 하는지는 모른다. 일본은 그렇지 않은 것으로 안다. 한국에선 그저 오락거리 장르소설로 폄훼되는 정통 추리소설도 그쪽에선 독자적인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탐정은 논리적 직관이 뛰어난 인물이라 할 수 있다. 여러 범죄의 정황들, 때로는 사건과 직접 관련 없어 보이는 단서들까지 하나의 렌즈에 그러모아 연관성을 읽어내기도 한다. 그래서 추리소설 속의 범인은 대개 의외의 인물, 그것도 너무 범상해 보여 아무도 의심하지 않은 인물일 경우가 많다. 어떤 논리적 상투성이나 인간 욕망의 보이지 않는 패턴을 거꾸로 읽을 수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물론, 소설이기에 필요한 극적 요소이기도 하다. 하지만, 실제 삶에서도 다르지 않다. 사건과 관련한 그 모든 추리 정황은 언뜻 논리적으로 보인다. 그러나 사후에 사실관계를 꿰어보면 외려 반대다. 탐정은 논리의 큰 틀을 짜면서 거기 부합되지 않는 사실들에서 단서를 찾는다. 그러니까 논리공식은 대부분이 가설인 셈. 결정적 단서는 늘 그 가정에 꿰어 맞춰지지 않는, 지나치게 우발적이거나 사소한 것들 속에 숨어있다. 그곳은 범인 스스로도 완벽하게 감추지 못한, 스스로도 속이지 못한 거짓의 함정이다. 그리고 그 거짓의 함정이 어쩌면 실재계의 적나라한 진실인지 모른다. 탐정이 되고 싶었다, 오래 전부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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