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첼시의 조세 무리뉴(52) 감독이 전격 경질되면서 유럽 축구 명장 지형도에 지각변동 조짐이 보이고 있다.
지난 18일(한국시간)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무리뉴 감독과 결별을 선언한 첼시는 불과 하루 만인 19일 거스 히딩크(69)를 임시 사령탑으로 불러들이며 팀 분위기 반전에 나섰다. 이날 첼시는 "히딩크 감독과 계약했다. 그는 이번 시즌까지 팀을 이끈다"고 발표했다.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한국을 4강으로 이끈 히딩크 감독은 2008-2009시즌 도중에도 첼시의 임시 감독을 맡았다. 당시 루이스 펠리페 스콜라리(67) 감독의 후임으로 지휘봉을 잡은 히딩크 감독은 부임 후 13경기에서 11승을 쓸어 담으며 팀을 리그 3위에 올려놨다. 그는 짧은 기간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준결승 진출과 FA컵 우승이라는 업적을 남겼다. 올 시즌 EPL 16라운드까지 4승3무9패로 리그 16위에 처진 첼시는 무리뉴 경질과 히딩크 선임이라는 충격 요법 뒤 열린 20일 홈 경기에서 값진 1승을 수확했다. 히딩크가 관람석에서 경기를 지켜본 가운데 선덜랜드를 3-1로 이겼다.
졸지에 야인이 된 무리뉴 감독은 그러나 "휴식기를 갖지 않을 것이다"며 차기 행선지를 물색 중이다. 이탈리아 세리에A AS로마 구단 경영진은 즉각 무리뉴와 접촉을 가졌으나 무리뉴가 감독직 제안을 거절했다고 이탈리아 언론은 전했다. 일각에선 무리뉴 감독의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레알 마드리드 복귀를 점치고 있다. 스페인 축구에 정통한 기옘 발라그는 영국 스포츠전문매체 스카이스포츠를 통해 무리뉴의 복귀를 예상했다. 현재 레알 마드리드 사령탑은 카를로 안첼로티(56)의 후임 라파엘 베니테즈(55)다.
지난 5월 레알 마드리드를 떠난 안첼로티 감독은 이미 거취가 거의 결정된 상태다. 스포르트1과 빌트 등 독일 언론은 이미 안첼로티 감독의 바이에른 뮌헨행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이들 언론은 뮌헨과 안첼로티가 계약 합의에 도달했다며 계약기간은 3년, 연봉은 1500만 유로(약 192억 원)가 될 것이라고 추정했다. 안첼로티 감독은 펩 과르디올라(44) 뮌헨 감독와 바통 터치할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뮌헨과 계약 종료를 앞둔 과르디올라 감독은 숱한 이적설의 중심에 섰다. 거론되고 있는 팀으로는 EPL의 맨체스터 시티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있다. 맨시티 구단 경영진 가운데는 페란 소리아노 사장 등 과거 과르디올라 감독과 바르셀로나에서 한솥밥을 먹은 이들이 있다.
맨유행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마침 루이스 판 할(64) 맨유 감독은 경질설에 시달리고 있다. 맨유는 올 시즌 8승5무4패 승점 29로 리그 5위에 올라 있지만, 최근 UCL 16강 진출에 실패하며 굴욕을 맛봤다. 맨유는 판 할 감독 부임 후 선수 영입 등에 2억6,150만 파운드(약 4,687억 원)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액수를 지출하고도 기대 이하의 성적을 내고 있다. 맨유 출신의 전설적인 수비수 리오 퍼디낸드(37)는 "과르디올라 감독은 명실상부 세계 최고의 감독이며 맨유도 그에게 관심을 가질 것이다"고 판 할 감독의 경질을 염두에 둔 발언을 했다.
무리뉴 감독의 경질이 명감독들의 연쇄 이동에 불씨를 당길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감독들의 거취에 따라 그들이 지휘봉을 잡는 유럽 축구 명문 클럽들의 성적도 요동칠 전망이다.
사진=거스 히딩크-카를로 안첼로티-펩 과르디올라(왼쪽부터).
박종민 기자 mini@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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